짜장덮밥 (명동밥집)
아침 일찍 배달된 잘 손질된 당근 봉지 한 개를 잘라 국통에 쏟아붓는 순간, 뭔가 잘못된 느낌이 머리를 스친다. 전날 확인한 레시피에서 본 당근은 분명히 당근채였는데, 국위에 떠있는 빨간색 당근조각들은 정육면체이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요리실장께 물어보니, 당근챱(chop)은 짬뽕국이 아니라 짜장밥에 들어갈 식재료인 것이다.
'젠장!!!' 지난번에는 짜장밥에 들어갈 꽃오징어와 짬뽕국에 사용될 오징어채가 헷갈리더니 이번에는 당근 때문에 헷갈려서 실수를 했다. 민망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얼른 뜰채로 당근을 건져서 양동이에 담아서 짜장덮밥을 만드는 볶음솥으로 보냈다. 빨간 짬뽕국물에 들어갔다 나온 당근은 짜장을 만들기 위해 끓이고 있는 쌀뜨물에 넣자마자 물을 벌겋게 물들인다. 본의 아니게 짜장은 갑자기 매운 사천짜장을 연상시킨다.
매운 사천짜장을
연상시킨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말인 듯싶다. 한주 전에 요리실장께서 갑자기 다음 주말 덮밥은 기존에 계획되어 있던 '꼬막비빔밥'을 할지, 아니면 '짜장덮밥'을 할지 물어오셨다. 당연히 평소 짜장덮밥을 좋아했던 개인 기호상 짜장덮밥을 하자고 했다. 말을 하고 나니 '아차차!' 싶었다.
'짜장덮밥'에는 자동적으로 '짬뽕국'과 '계란프라이'가 세트 메뉴로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명동밥집(무료급식소)에서 제공하는 계란프라이는 '무한리필'이다 보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명 '계란 프라이 지옥'에 빠져야 한다.
말이 하루 천명이 방문하지만, 심한(?) 경우에는 10개 정도까지 계란 프라이를 드시는 손님들이 계신다. 그에 따라 급식실은 화장실 갈 틈도 없이 쉴세 없이 계란프라이를 만들어 내야 한다. 거기다가 짜장밥과 짬뽕국도 들어가는 식재료가 꽤나 복잡하고 많아서 상대적으로 힘이 든다. 결국, 내 대답이 스스로 지옥문을 열었다.
내 대답이
지옥문을 열었다.
짜장덮밥은 춘장을 기름에 볶아 고기와 채소를 센 불로 볶은 뒤 물과 전분물로 농도를 맞춰 밥 위에 얹는 한 그릇 요리이다. 하지만, 단체 급식소에서는 레시피가 달라진다. 우선 볶음솥에 물을 넣고 소금을 첨가한 후 냉동새우살(베트남산, 1kg)을 넣어 살짝 데친 후 바트(용기, 대)에 담아낸 후 물을 버리고 식용유를 넣고 냉동돈후지(짜장용, 국내산,40kg)를 달달 볶는다.
이 중 1/3은 바트에 담아 오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냉장고에 넣어두고 나머지에 쌀뜨물과 딱딱한 채소(감자, 당근)를 먼저 넣어서 익힌다. 미리 풀어놓은 짜장 (7kg/봉지 x 2 set)를 볶음 솥에 살살 풀면서 커다란 나무국자로 서서히 잘 섞어준다. 준비해 두었던 야채(완두콩, 미니양배추, 양파, 양배추)를 넣고 설탕도 쪼금(?) 첨가한다.
역시나 짜장덮밥은 언제 먹어도 맛나다. 배식을 시작하고 리필을 담당하는 봉사자들이 짜장 리필이 많이 된다는 소리에 괜스레 어깨가 쫙 펴진다. 평소보다는 손님이 덜 오시기 했지만 그래도 구빵빵(900명)의 손님들이 짜장덮밥을 맛나게 드셨다는 생각을 하니 전신의 뼈마디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뼈마디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