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어도 좋은날

제주올레 2코스(광치기해변~온평포구)

by 소채

새벽에 창문을 때리는 바람 소리가 심상치 않다. 숙소가 바닷가 근처라서 바람이 더 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제 새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첫날 걸었던 올레 1코스는 2월 초 겨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포근한 날씨여서 역시 제주도는 서울과는 온도차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벽산책 겸, 날씨 확인 겸 해서 옷을 껴입고 숙소 근처 표선해수욕장을 한 바퀴 돌아본다.

새벽에 창문을 때리는
바람 소리가 심상치 않다.


산책 중에 바람이 멈추질 않는다. 털모자를 쓰고 외투 모자를 눌러썼음에도 바닷바람이 목덜미 뒤쪽을 돌아 한기가 느껴지고 코끝이 찡하다. 혼자라면 지난번처럼 태풍 속에서도 미친 듯이 올레길을 걷겠지만 이번에는 같이 걸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걱정이 앞선다. 그냥 숙소에서 '딩가딩가' 쉬어야 하나? 아님 '못 먹어도 고'를 해야 하나?




친구 추천으로 '제주 패스(Jeju pass)'라는 어플을 다운로드하였다.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중간중간 쉬었다 갈 때 바닷가 근처 카페 방문은 필수 코스이다. 그러다 보니 꽤나 유용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4명 모두 가입과 동시에 '카페사용권(3일짜리, 14,900원)'을 구매했다. 얼추 하루에 1번만 사용해도 거의 본전이고 3시간마다 사용할 수 있으니 그 후에는 무조건 남는 장사다.


가입기념으로 올레 2코스가 시작하는 광치기 해변 근처 카페를 확인해 본다. '앗싸!' 섭지코지 초입에 있는 '서귀피안'이라고 하는 분위기 좋은 카페가 떡하니 검색된다. 커피는 '제주 패스'로 주문, 베이커리는 별도로 계산하고 3층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 조식을 해결한다. 평일 아침을 제주도 바닷가, 전망 좋은 카페에서 모래사장과 바다를 보면서 먹다니, 꿈만 같다.




다행히 새벽바람보다는 줄어들기는 했어도 여전히 바람이 매섭다. 올레 2코스 총거리는 광치기 해변에서 온평포구까지 총 14.8km이지만, 지도상으로 우회코스가 눈에 보였다. 식산봉과 철새도래지를 빼면, 스탬프 3개 찍으면서도 10km 안쪽으로도 완주할 수 있는 코스였다. 잠시 마음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원래 코스대로 거친 바람을 맞으며 내수면 둑방길로 발길을 돌렸다.


식산봉(2.9km), 족지물(3.5km), 오조리 사무소(3.8km), 대수산봉 정상(7.6km), 혼인지(12.7km)를 거처 최종 목적지인 온평포구(14.8km)에 도착했다. 조식을 든든하게 먹은 이유도 있지만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한 탓에 도착지에서 뜨끈한 쌀국수로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행군(?)을 마무리한다. 택시를 불러 차를 세워둔 광치기 해변으로 다시 이동해서 차를 픽업한 후 숙소로 되돌아간다. 오늘도 무사히 완주, 땅땅땅!


오늘도 무사히 완주, 땅땅땅!



매거진의 이전글뭐 굳이, 성산일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