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우의동, 중고서점
<묵은 종이와 활자의 향기>, 30년 전통의 신고 서점의 정문 위에 쓰여있는 문구이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자세히 보면 보인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처럼 말이다.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정문위의 문구처럼 오래된 종이와 글의 향기를 물씬 느끼게 된다. 1층을 들어서자마자 왼쪽에는 은은한 커피향이 활자의 향기와 함께 뒤엉켜서 방문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중앙 뒤편에는 안내 데스크처럼 생긴 계산대가 놓여 있다. 오랜 세월을 같이 해온 연세가 들어 보이시는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은 신고서점이다.
남은 연차를 사용해서 며칠 휴가계를 제출했다. 대학 졸업 후 출근한지 얼마 안 되는 딸아이의 광화문 출근길에 동행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를 핑계로 딸과의 아침 출근 드라이브는 행복의 시간이다. 딸아이를 광화문에 내려주고 바로 네비게이션에 우이동의 '신고 서점'을 입력했다. 몇 달 전부터 독서 밴드의 '노아'님이 소개해 준 헌책방 방문을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삼청동을 지나 산등성이를 굽이굽이 지나서 덕성여자대학교 정문 앞에 있는 서점에 도착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라고 한다. 그리고 책 속에 또 다른 책들의 소개나 인용문구들은 다음 읽을 책을 메모하게 한다. 오늘도 스마트폰에 메모된 책 리스트를 확인하고 서점 1층에 마련된 서칭용 컴퓨터를 활용해서 위치 검색을 했다. ' 2층, A3' 아마도 2층의 A3번째 책장을 말하는 거 같았다. 근데 몇 번째 칸에 있는지는 정보가 없다. 2층에 올라가 책장을 찾긴 했는데 책이 너무 많아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이게 바로 아날로그의 향수와 헌책방의 재미 아닌가.
서점 건물은 층별로 서적이 구분되어 있다. 개인 헌책방에 이렇게 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층과 층 사이의 계단 벽면에도 빼곡하게 책들이 책장에 꽂혀있다. 주인장이 소장하시는 책은 별도의 잠금장치가 되어 있는 유리 보관함에 전시되어 있다. 박종화 작가의 '여인천하(1959년 초판)' 도 눈에 띄었다. 1층에서 커피 한 잔 테이크 아웃 해서 읽고 싶은 책을 들고 루프탑에 올라 북한산을 힐끔힐끔 보면서 독서 삼매경에 빠지면 그게 바로 낙원 아닌가.
총 6권의 책을 골라 1만 5천 원을 지불했다. 책 쇼핑은 즐거운 시간이다. 특히 가성비 좋은 헌책방에서의 쇼핑은 돈을 쓰고도 돈을 버는 느낌이다. 거의 1시간 이상을 책 찾는데 기력을 소모하다 보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서점 옆 분식집으로 갔다. 몇 년 만에 와보는 대학 앞 분식집인가. '즉석 떡볶이' 맛이 캠퍼스 시절에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볶은 밥까지 풀코스로 먹고 소화도 시킬 겸 함박눈을 맞으며 4.19 탑 쪽으로 향했다. 중고서점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과 함께 하루가 꽉 찬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