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은 감독, 콩나물(영화)
영화 <콩나물>은 윤가은 감독의 2013년 작품으로 러닝 시간은 20분짜리 단편영화이다. 주연은 당시 7살의 김수안이 연기했다. 윤가은 감독은 <찌라시>(2014), <우리들> (2016년), <우리집> (2019년)을 만들었다. 배우 김수안은 <부산행> (2016년), <신과함께> (2017)등으로 유명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는 평범한 가정의 제삿날에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며느리들의 대화에서 시작된다. 제사상에 놓을 '콩나물' 이 모티브가 되어 어린 '보리(김수안 배우)'가 콩나물을 사러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시장에 갔다가 돌아오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과 만나며 벌어지는 상황들을 때로는 긴장감과 함께 편안함을 주기도 하고 웃음과 안타까움을 주기도 한다.
영화는 어린 보리의 모험담이다.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엄마에게 얘기 없이 무작정 '콩나물'을 씩씩하게 사러나간다. '보리'에게 오토바이의 급작스러운 등장이나 공사현장의 인부, 길목을 지키는 커다란 개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마주치게 되는 삶의 어려움을 암시하는 것 같다. 더욱이 택배 아저씨의 과도한 친절에 위험을 느끼는 주인공 '보리'는 지혜롭게 위기를 탈출한다. 관객은 그 순간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영화를 보는 내내 조마조마 할 것이다.
하지만 가는 여정 속에 따뜻한 만남도 있다. 첫 번째 임산부 동네 아주머니는 '보리'에게 칭찬의 의미로 빵을 선물로 주었고 할머니는 아이에게 사탕을 손에 쥐여 주었다. 또한 동네 어른들은 요구르트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이 장면에서 '보리는 '물레 방아 인생'이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노래를 귀여운 율동과 함께 부른다. 마치 앞으로 '보리'가 살아갈 둥글둥글한 원만한 인생을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는 동심의 세계를 잊지 않는다. 동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스스럼없이 같이 뛰어놀고 오락기계 앞에서 쭈쭈바를 나눠 먹는다. 동네 언니와 오해가 있어서 돈 때문에 시비와 갈등이 생기기는 해도 무사히 해결된다. 아울러 떨어진 빨래 줍는 것을 도와주려는 장면에서는 조금 안쓰럽기까지 했다.
가까스로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시장에서는 야채가게 아주머니의 물음에 무엇을 사러 왔는지 까먹고 대답을 못한다. 정작 궁극적인 인생의 목표 없이 살아가는 현대의 대다수의 사람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보리'의 머나먼 여정을 마치고 귀가해야 하는 부분이 개인적으로 참담했는데 감독은 지나온 장소를 되감으면서 안전한 귀가를 했음을 알려준다. 마지막 제사상에서의 반전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콩나물을 사러 집을 나서고 다시 귀가하는 '보리'의 장보기 여정은 마치 인생의 여정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는 장애요인을 마주한다. 그리고 나름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서 극복한다. 그 과정 중에는 슬픔도 있을 수 있고 웃음과 기쁨도 있을 수 있다. 또한 나 혼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주위에는 항상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극 중에서처럼 날 힘들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영화는 개인주의 일상 속에서도 공동체 의식이 우리 삷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깨우쳐 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