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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01. 2022

나를 바라본다

나의 장점 5가지

누구에게나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살아오면서 나는 왜 자꾸 타자의 단점을 먼저 보려고 하는 걸까. 회사 동료들에게도 그러하고 가족 구성원에게도 그러하다. 아들의 생일날에 아들의 장점 30가지를 적어서 준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느끼는 바가 크다. 나는 자녀들의 장점을 적어보고 그들에게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부모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우선은 가족에 대한 평가에 앞서 나 자신의 장점을 먼저 살피 봐야겠다. 다행히도 친구가 나의 장점 5가지를 말해주어서 하나하나 곱씹어 본다.


첫째, 열린 마음이 있다. 나이 듦에 따라서 성향도 변한다. 경주마들은 옆을 보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린다. 나의 젊은 시절도 분명히 그러했다. 하지만 이제는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가 조금은 생겼다. 틀리다는 것과 다르다는 것의 차이를 인정하려고 한다. 특히 독서토론을 시작하고부터 같은 책을 읽고 느끼는 바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 그렇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살아온 삶의 철학과 다르게 살아오고 다르게 느껴온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 알 거 같다.


둘째, 한다면 한다. 어린 시절 나폴레옹이 말한 '불가능은 없다' 수준의 것은 아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조금씩 해나가고 있다. 주야장천 동네 산만 다니던 나에게 전국의 '100대 명산'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예상보다 일찍 완등을 했다. 독서습관을 위한 '100일 독서인증'도 하루하루 하다 보니 거의 500일 정도를 하고 있고 ' 100권 책 읽기', '100일 글쓰기' 도 얼마 전에 달성하고 '독서토론'과 '글쓰기' 수업도 병행하고 있다.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것은 나를 흥분시키고 성장시키는 것임에 틀림없다.


셋째, 적극적이다. 적극적이라는 것은 '집중'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 신경을 한곳에 모으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극적이라는 것이 때로는 피로감을 동반한다. 이것저것 벌려놓고 힘에 겨워서 힘들어할 때도 있다. 예전에 지리산 템플스테이에 참가했을 때 마당에 모여 아무것도 하지 않고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멍 때리기를 한 적이 있다. 살면서 항상 긴장하고 살면 그것이 스트레스고 병의 원천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살아가는 동안 적극적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긴장의 끈을 놓는 지혜도 필요하다.


넷째, 호기심이 있다. 새로운 것을 찾아서 해보는 것이 과연 호기심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얼마 전에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데 하고 싶은 것을 나열해 보니 거의 30가지 정도가 되는 것을 보니 분명히 호기심이 있기는 한가 보다. 우선 추리고 추려서 10가지 정도를 만들어서 하나씩 해보고 싶다. 어머니에게 나의 버킷리스트를 보여 주었더니 2가지는 빼라고 하신다. '오토바이 배워서 국내 일주하기', '몸무게 20kg 감량하기'이다. 부모의 마음은 항상 다 큰 아이도 물가에 내놓는 심정인가 보다.


다섯째, 재미있다. 십 대 소녀들에게는 온세상이 깔깔거리는 소재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웃음도 잊어버리고 감정도 메말라진다. 사람이 유머러스한다는 것은 학습으로 되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유머 코드도 제 각각이다. 서로 코드가 통하는 것은 공감대가 형성 된다는 것이다. 쉽지는 않지만 그런 유머 코드를 만들기 위해 책도 읽고 감성적으로도 충만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직장에서 부장님들이 하는 꼰대 유머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세대와의 소통과 정서 공유도 필요하다.


나를 바라보는 5가지 장점을 얘기해 준 친구가 고맙기는 한데 과연 그것들이 진정 나의 정체성인지를 확신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그렇게 살아가기를 원하고 그렇게 보이기를 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네덜란드 건물에는 커튼이 없다고 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본인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나도 남에게 보이는 삶보다는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 주말에 방문한 대관령 인근의 야생화 탐방이 나에게 새로운 활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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