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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05. 2022

구내식당, 독일회사

만트럭버스코리아(2017)

'딩~동~댕' 매일 12시가 되면 점심시간을 알리는 알람이 건물 구석구석에 울려 퍼진다.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전날 오후 8시부터 다음날 12시까지 거의 16시간을 쫄쫄 굶고 있기 때문에 그 종소리는 기쁨이자 환희 그 자체이다. 마음 같아서는 만사를 제쳐두고 후다닥 제일 먼저 식당으로 뛰어가고 싶다. 독일 사람들이 빵과 소시지를 주로 먹는다고는 하지만 회사 식당은 냉정하리 만큼 거의 한식이다. 매일 식당에서 마주치는 독일 사람들의 식문화 특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임원진을 위한 특별한 대우가 없다. 경기도 기흥에 자리한 회사는 3층 건물로 약 100명 정도의 직원이 근무를 하고 있다. 1층에는 트럭 정비 공장이 함께 있기 때문에 방문하는 고객을 위한 고객용 식당과 직원을 위한 구내식당이 각각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두 식당 간에서 구별은 있으되 차별은 없다. 또한 식사를 하는 사람 간에도 차별이 없다. 나이 많은 독일인 사장부터 고등학생 실습생까지 함께 줄을 서고, 자유 배식하고, 원하는 식탁에 앉고, 식사를 한다. 식사 후에는 잔반처리도 셀프로 한다.


식사 중에 자유로운 대화를 한다. 나는 어릴  집안 어른들로부터 양반은 식사할  "음식물이 입안에 남아 있을 때에는 말하지 않는다."라는 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나는 자라면서도 '식사 중에 말하지 않은 ' 식사예절이라고 여기고  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반면 독일 직원이나 스페인 직원들은 점식식 사시 간에 다소 시끄러운 편이다. 더군다나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당황스럽다. 가뜩이나 영어가   들리는데 난데없는 영어 질문에 가끔은 먹던 밥도 체한다.


독일 직원들은 식사 후에 물을 마시지 않는다. 한국 현지 직원들은 식판을 이용해서 점심 식사를 하고 식당 부엌 쪽 구성에 잔반처리를 하고 식판을 반납한다. 이때 바로 옆에는 항상 생수 기와 컵이 준비되어 있다. 왜냐하면 음식을 먹고 나면 가볍게 식수를 입에 머금고 오물오물 살짝 입안을 헹구는 습관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태까지 독일인 직원들이 식사 후에 물을 마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독일 사람들은 맥주를 물처럼 마신다고 하던데, 혹시 맥주로 입가심을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독일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다소 딱딱하고 무뚝뚝한 느낌이 든다. 물론 업무처리에 있어서는 다소 보수적이기는 하다. 회사에서는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독일 전동 빵인 슈톨렌과 프리챌을 주문해서 직원들에게 선물을 해주기도 하고 집에서 직접 쿠키를 구워와서 함께 하기도 한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에는 사장이 빨간색 스웨터를 입고 마치 산타클로스처럼 직접 글루 와인과 쿠키를 모든 직원들에게 정성스럽게 전달해 주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독일 사람의 음식문화와 생활방식은 생각보다 소박하고 인간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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