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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17. 2022

힘들게 산은 뭐하러

100대 명산 프로젝트

"힘들게 산은 뭐하러 올라가나요?"

주위사람들이 가끔 묻는 질문이다. 이십대에 나도 어머니에게 같은 말을 했다. 어머니께서 지금의 내 나이 때 쯤 주부교실 산악회를 통해 등산을 하셨다. 등산을 마치고 돌아오시는 어머니는 항상 당신의 등산용품을 공동구매하면서 늘 내 것도 같이 사셨다. 그당시 나는 등산을 싫어했고 어머니의 선물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등산바지도 생기고, 등산 가방도 생기고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친구들과 등산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등산은 내게로 다가왔다.


등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것은 전 직장인 SK네트웍스에서 등산동호회에 가입하고 나서 부터 정기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그 후에 회사를 옮겨서도 등산동호회에 가입했고 산에 텐트를 짊어지고 올라가서 자고 내려오는 백패킹에도 입문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한 후배가 주말마다 거의 미친듯이 원정산행을 다니면서 내게 등산용품 브랜드인 '블랙야크'에서 진행하는 '100대 명산 인증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었다. '산은 그냥 동네산만 열심히 다니면 되지, 무슨 멀리있는 산을 가나' 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생활의 변화이자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2019.9.28 '블랙야크' 인증어플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트랭글' 이라고 하는 등산용 어플도 설치했다. 첫 산행지로 친구와 둘이서 경기도 가평에 있는 명지산의 정상석 앞에서 블랙야크 인증타올을 들고 인증사진 찍고 어플에 인증요청을 했다. 하산길에 9월의 초가을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등산할때 흘리 땀과 열기는 우리를 계곡물 속에 깊숙히 담그게 했다. 이제 99개의 산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과연 나머지 산들을 마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인터넷을 뒤져서 몇 개의 동호회 모임을 찾아냈다.


토요일 새벽 6시, 사당역 주변에는 전국 산행을 위한 대형버스들이 20~30대 정도 몰려들어 장관을 이루었다. 네이버 밴드 '백도방(100대 명산을 도전하는 모임)'을 통해서 '안내산악회' 를 처음 따라가 보았다. '안내 산악회' 라고 해서 산악회의 이름인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참가자를 모아서 대형버스를 연결해주는 산행을 '안내 산악회' 라고 총칭 했던 것이다. 그 날 산행은 부산에 있는 '금정산' 이었다. 회비는 2만원. 만약 혼자 승용차를 갖고 이동했다면 10만원은 족히 써야 한다. 그런데 단돈 '이만원' 이라니, 말도 안되게 저렴하였다. 100대 명산 완등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남한에 있는 산은 도대체 몇 개나 되나? 산의 기준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다르다. 미국은 1,000피트(310m) 이상을 산 이라고 정의하고, 영국은 2,000피트(610m) 이상을 산이라고 한다. 각 나라 마다 산에 대한 정의가 다르다. '한국산의 정의는 매우 어렵다.(월간 산, 2018.6월호)' 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2017년 국토지리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총 7,414개이며 평균 고도는 482m 이다. 그 중에 지역적 분포를 감안해서 산림청은 100대 명산을 선정했고 ' 블랙야크'에서도 얼추 비슷하게 100대 명산을 선정한 것이다.


'백도방'을 통해서 알게된 산행총무는 '산과들'이라는 새로운 밴드를 소개해 주었고 본격적인 100대 명산 인증을 하였다. 이론적으로 매주 산행을 한다면 100개 산 인증을 위해 대략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하루에 2개의 산행(함백산,태백산)도 하고 멀리 호남(덕룡산,팔영산,조계산)이나 영남(팔공산,남산,비슬산)의 산은 1박2일 일정으로 여러산을 오르기도 했다. 때로는 지방 출장길에도 저녁에 시간을 내서 야간산행(용봉산)으로 인증을 하기도 했다. 가족여행을 가는 날이면 혼자 새벽에 일어나서 산행(덕항산) 후에 다시 가족여행을 이어가기도 했다.


2020.12.13 백번째 마지막 산행은 경북 구미의 금오산 이었다. 1년3개월만의 벅찬 감동이었다. 동네산을 주로 다니던 내가 전국 각지에 있는 명산들을 다녔다. 당연히 뱃살은 줄어들고 장단지의 근육은 단단해졌다. 하산후 각 지역의 맛집투어 와 향토 막걸리는 행복, 그 자체였다. 특히, 100번의 산행동안 함께 해준 산친구들은 소중한 나의 재산으로 남았다. 그들 덕분에 끝까지 완등을 할 수 있었고 기쁨은 배가 되었다. 다시한번 그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100'이라는 숫자가 갖는 묘한 매력과 힘이 있는 거 같다. 올해는 새로운 목표인 '1년에 책 100권 읽기' 을 달성해 나가고 있다. 내년은 새로운 목표인 '100일 동안 글쓰기'를 준비하면서 한해를 마무리 한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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