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등산 생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채 Jul 10. 2022

하늘의 별따기, 휴양림 예약하기

경기도 양평 중미산 자연휴양림

혼자 노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함께 노는 게 더 좋다. 산에 텐트를 짊어지고 올라가서 1박을 하고 내려오는 것을 백패킹(Back Packing)이라고 한다. 백패킹을 처음 시작할 때는 중년의 남성에게 필요한 것은 '혼자만의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혼산(혼자 산행)을 주로 했다. 하지만 요즘은 함께 가는 것이 더 좋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하기고 하고 전문 백패킹 동호회 또는 등산 동호회와 함께 하기도 한다. 요즘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공식적인 외박(?)을 한다. 백패커의 성향에 따라 대용량 배낭을 매고 산 정상에 올라가서 자기도 하고 주차장 지척에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나무 데크가 있는 휴양림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 달 백패킹 장소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중미산 자연 휴양림 야영장이다. 3주 전부터 인터넷 예약이 가능했다. 우리가 필요한 데크는 개인용 텐트 5개와 타프(식사할 때 햇빛 가리개용 천막지붕) 1개로 총 6개이다. 하지만 인터넷 예약이 오픈 되자마자 데크는 순식간에 예약이 마감되었다. 다행히도 리더의 노력으로 2주가 지나고 나서야 대기를 통해 4개를 예약했다. 그다음 단계는 D-3 전부터 예약취소가 되면 선착순으로 클릭을 해야 한다. 함께 동반하기로 한 7명의 회원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예약사이트를 확인해야 했다. 가까스로 추가적으로 1개의 데크를 더 확보해서 최종 5개의 데크를 확보했다.


백패킹을 가면 자연에게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동행자들의 캠핑요리를 배울 좋은 기회이다. 오리훈제구이, 새우 감바스, 단호박찜, 연어 쌈 등은 모두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이다. 연어 쌈은 어느 겨울 백패킹에서 선배가 셸터에서 연어 뭉텅이를 칼로 적당한 크기로 썰고 얇게 썬 양파와 무순을 연어에 싸서 나무 도마 위에 멋지게 세팅하는 모습에 반해서 가끔 따라 하는 나의 캠핑 메뉴가 되었다. 이번에도 연어 쌈을 준비하려 마음을 먹던 와중에 워낙 날씨가 더워서 혹시라도 변질의 우려가 걱정되어 하루 전에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밀키트 수준의 순대볶음으로 주메뉴를 바꾸고 함께 넣을 양파와 깻잎을 손질해서 준비했다.


보조 메뉴로는 단호박찜을 하기로 했다. 마트에서 내 코펠에 들어갈 만한 사이즈의 단호박을 눈대중으로 대충 골랐다. 단호박 겉을 깨끗이 씻고 나서 한쪽 끝부분을 잘라내고 속의 씨앗들을 모두 빼내었다. 물론 단호박 만을 쪄도 맛은 있지만 그래도 속에 무엇인가를 채워 놓으면 더 느낌도 좋고 맛도 좋다는 것을 백패킹 캠핑요리를 통해서 체득했다. 나에게 레시피를 전수해 준 백패커 친구는 LA갈비를 반조리해서 단호박 속을 채웠다. 하지만 나는 LA갈비 대신에 송이버섯을 물에 끓여 익히고 슬라이드로 자르고 '간설파마후깨참(불고기 소스)' 소스에 '중'자리 칵테일 새우와 함게 볶아서 속을 채웠다.


토요일 오후 3시쯤에나 목적지에 도착해서 각자 텐트와 식사용 타프를 설치했다. 대기온도는 거의 32도 정도였고 체감온도는 35도를 넘었다. 산속 휴양림이라서 서늘한 공기를 기대했지만 예상보다 더웠다. 아직 해가 안 떨어져서 그런지 야영지 데크위는 한 점 바람도 없이 뜨거운 여름을 느끼게 했다. 다행히 바로 옆에 크지는 않지만 계곡물이 흐르고 있어서 뜨거운 쇠가 찬물에 담금질을 하듯이 수시로 몸을 담가서 열을 식혔다. 보통 음식은 각자 1.5인분을 준비하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늘 음식들에 여유가 있다. 순대볶음으로 시작해서 족발, 삼겹살, 닭발 무침, 단호박찜이 테이블에 오르고 온갖 종류의 음료수들을 나눠 마시면서 식어가는 휴양림의 밤공기를 맞이했다.


성대한 만찬 후에는 '시 낭송' 이벤트를 했다. 미리 참석자들에게는 사전에 좋아하는 '시'를 한편씩 준비하라고 안내를 했다. 바쁜 삶을 살아가는 보통의 현대인들에게 '시'를 마주할 기회가 좀처럼 나지를 않는다. 캠핑 와서 술만 먹고 떠드는 것보다는 달빛 아래에서 와인 한잔하면서 여름밤의 시 낭송이라니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그것도 본인이 고민해서 '시'를 고르고, 집에서 낭송을 연습하고, 또 산에 와서 소리 내어 낭독하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 좋다. 누군가는 '쩐다' 라고 말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가지가지 한다'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어찌 되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또 여름밤의 추억을 만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산군과 모로레일, 화개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