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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29. 2022

연산군과 모로레일, 화개산

강화 교동도 화개산

1506년 조선의 10대 왕이었던 연산군은 폐위되어 귀향길을 떠난다. 한양에서 김포에 이르러 배를 타고 강화도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다시 배를 타고 교동도로 이송된다. 귀양살이 2달 만에 화개산 인근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오백 년이 휠씬 지난 오늘 나는 등산 동호회 회원들과 현대자동차 9인승 카니발을 렌트해서 강화대교를 지나 교동 대교를 통해 화개산을 찾았다. 과거 연산군이 귀양살이를 했던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공원이 화개산 초입에 조성되어 있고, 그곳에서 정상까지 모노레일 공사가 한창이다. 연산군과 모노레일 이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카니발은 경기도 광주에서 출발해서 상봉역과 합정역에서 회원들을 픽업해서 빠르게 목적지에 진입했다. 차 안에서는 100대 명산 시절의 역전의 용사들이 지나온 추억거리들을 꺼내서 '하하 호호' 하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코로나 시대 이후에 오랫만의 맞이하는 유쾌한 시간이다. 물론 자리에 없는 옛 전우들의 우정 어린 뒷담화까지 가세하면서 오랜만에 산행 겸 소풍의 기분으로 내륙에서 섬으로 그리고 다시 섬으로 빨려 들어갔다. '강화대교'의 서해 바다를 보니 나도 모르게 아드레 날린이 분비되고 '교동대교' 초입의 해병대 검문은 나도 모르게 긴장감을 더해 준다.


화개산의 높이는 259미터이다. 평소 다니던 산들에 비하면 부담이 없는 높이이다. 연산군 유배지 공원이 아직까지 공사중이어서 임시 들머리를 겨우 찾아 등산을 시작하였다. 보통은 정산에 올라 점심 식사를 하지만 오늘은 가볍게 행동식만 싸가지고 오기로 하다 보니 초입에 샌드위치와 과일들을 먹고 산행을 시작했다. 등산중에 푸른 나무와 풀들 사이로 부드럽고 향기로운 냄새가 코를 자극해서 바로 네이버에 꽃 이름을 찾아보았다. 하얀색 '찔레꽃' 이었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평소에 좋아하던 가수 '장사익'씨가 부른 '찔레꽃'을 바로 플레이했다. 오감을 통해 찔레꽃은 내 기억속에 송곳처럼 각인되었다.


하산 후에 차를 타고 10분 거리의 대룡시장으로 이동을 했다. 이곳은 레트로 분위기를 물씬 느낄수 있는 곳으로 이미 방송에 나와서 유명해진 곳이다. 점심 식사는 KBS 1박2일에 방영된 적이 있는 '대중 식당'에서 국밥과 냉면으로 했다. 냉면 맛이 섬다리를 2개나 넘어서 다시 찾을 만큼은 아니지만 별다섯개 기준으로 4개 정도는 되었다. 대룡시장 내 상점들을 여기저기 구경하며 맛보기 음식들과 기름에 튀겨낸 뚱이네 호떡으로 후식을 대신했다. 오월의 햇살은 뜨거운 여름을 예고하듯이 강렬하게 내리쬐었고 우리는 시장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대룡 우물 카페' 야외 파라솔 밑에서 성인들의 수다를 떨며 한가한 일요일 오후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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