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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17. 2022

삼식이 탈출 프로젝트

한솔요리학원

퇴직 후에 하루 세 끼 아내에게 밥상을 요구하는 남자를 삼식이라고 한다. 점심때 잠깐 밖에 외출해서 먹으면 두식이가 되고 저녁까지 먹고 오면 일식이가 된다. 그중에 아내들이 제일 싫어하는 타입이 삼식이란다. 라면은 끓여 먹을 줄 알지만 쌀을 씻고 밥을 지어먹어 본 적은 없다. 대부분의 50대 중반이 지난 중년 남성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나도 물론 예외가 아니었다. '노후 관련 서적'을 탐독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삼식이라는 단어는 줄 곳 내 머릿속을 떠나지가 않았다. 그래서 제일 시작한 것이 요리학원에 대한 인터넷 서칭이었다.


강남역에서 제일 잘나가는 요리학원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서 우선 상담을 신청했다. 며칠 뒤에 상담사는 카카오 톡으로 많은 정보들을 보내주었고 궁금해하는 질문들로 실시간으로 대답해 주었다. 그러던 중에 근로자를 위한 '내일 배움 카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신한카드와 고용노동부가 제휴한 신용카드를 만들었다. 학원비를 결제할 때 이 카드로 결제하고 출석도 모두 이 카드로 체크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추가적으로 인터넷에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직업 능력 개발 정보망(HRD-net)'에 접속하여 수강하고자 하는 교육기관과 교육명을 찾아 수강 신청해야 한다.


요리학원에 물어보니 요리강좌를 신청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들이고 남자들은 한두 명 정도 하는 말에 수강 신청 용기가 나질 않았다. 몇 달을 고민하던 끝에 한 번 저질러 봐야겠다는 굳은 의지로 '한솔요리학원'의 ' 종합 기초 요리반'을 신청했다. 매주 토요일 4시간씩 9회차 강좌로 한 강좌에 2개에서 3개 정도의 요리를 만들어 냈다. 칼질 한번 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칼을 쥐는 방법부터 배우고 계량컵, 계량스푼을 사용하는 방법부터 배웠다. 공용 기구인 도마, 칼, 주걱, 냄비, 프라이팬 등은 요리 때마다 빌려서 사용하고 수업 후에 깨끗이 씻어서 반납한다.


첫날 첫 요리는 '매콤 오징어볶음 덮밥' 이었다. 생오징어를 잘라서 내장을 들어내고 껍질을 소금으로 문질러서 벗겨내고 깨끗이 씻었다. 양념이 잘 베게 칼집을 안쪽에 내라는데 어디가 안쪽이고 어디가 뒤쪽인지 당최 구분이 안되었다. 그래도 대충 남들 하는 대로 따라는 했다. 야채들도 씻어서 먹기 좋게 자르고 학원 레시피 노트에 적혀있는 갖은양념들을 섞어서 매콤한 소스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불린 쌀 1컵을 과 물 1컵으로 냄비 밥하는 법을 배웠다. 밥 물이 끓으면 약불로 줄이고 10분 정도 있다가 따닥따닥 소리가 나면 불 끄고 10분 정도 뜸 들이면 맛있는 밥이 된다.


하루 강좌가 끝나면 코로나 때문인지 모두 용기에 담아서 집으로 가져간다. 집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요리를 기다리는 식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내에게는 주말 한 끼를 누군가가 대신한다는 안도감이었고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해 내는 제법 먹을 만한 요리를 맛본다는 신선함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요리강좌는 ' 한식 요리 초급반' , '한식 국, 찌게, 반찬반' 과정으로 이어졌다. 작년에만 6개월 정도를 주말마다 하루도 안 빠지고 수강해서 약 60여 가지의 요리를 배웠다. 이제는 삼식이 소리 안 들을 자신도 생겼다.


' 퇴직을 앞둔 중년의 남성들이여, 살아남기 위해 가자, 요리학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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