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가구
책상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오래된 까만색 보르네오 책상이다. 학창 시절에 사용하던 현대 리바트 책상을 처분하고 까만색 보르네오 책상을 구입했다. 대학 졸업시험, 취업 준비 공부를 하고 취업 후 야간대학 공부도 그곳에서 했다. 미국에 1년간 다녀올 동안 보관소 컨테이너에도 있었고 부산 직장 시절에는 부산에서도 5년간 함께했다. 나의 청춘을 함께한 그 책상은 잦은 이사에도 불구하고 거의 30년 동안 잘 버텨주었다. 둔탁하고 못생긴 검은색 책상을 못마땅해 한 아내의 결정에 따라 세련되고 실용성 좋은 하얀색 책상으로 바뀌었다.
새로 산 책상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책상 위쪽에는 책장이 일체형으로 되어 있어 별도의 책장이 필요하지 않는다. 하단에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효과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더군다나 조명도 책상과 일체형으로 되어 있다. 작년에 '노후 관련 책 100권 읽기'로 작정하고 읽은 책들이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다. 책장의 한쪽 구석에는 소꿉친구였던 선지 스님께서 주신 '행복은 노력의 대가로 얻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소소함에 만족하는 것이다.'라는 켈러 그라피가 있다. 올해의 목표인 '글쓰기, 채식하기, 요리하기' 도 포스트잇에 쓰여 눈 높이에 위치해 붙어있다.
책상 의자에 앉아 왼쪽을 보면 창문 너머 푸른 정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파트 1층의 최대 장점은 눈앞의 정원이다. 독서하다가 눈이 피로할 때 녹색의 식물과 파란 하늘은 지친 심신을 힐링해 준다. 정원에는 플라스틱 미니 텃밭이 있다. 아파트 자치회에서 시작한 '상자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에 신청하여 장만한 것이다. 겨울이 시작하기 전까지 상추와 고추를 심어 먹었다. 키우는 재미뿐만 아니라 싱싱한 채소를 바로 뽑아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간설파마 후깨참' 간장소스를 뿌리고 견과류를 부셔서 뿌려먹기도 하고, 골뱅이 무침에 소면을 넣고 함께 먹기도 한다.
앞으로 얼마 동안이나 하얀 새 책상과 함께 할지는 모른다. 독서와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의 시간을 넘어 책도 쓰고 강의도 준비하는 미래의 책상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