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감성 책방
책방의 이름이 '국자와 주걱'이라니, 정말 특이한 상호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국자와 주걱'이라는 상호가 어떤 종류의 가게인가를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식당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책방 주인은 왜 상호를 그렇게 지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방문하면 꼭 물어보고 싶었다. 그냥 혼자 생각으로는 식당에서 밥과 국을 전달해주는 중요한 도구처럼 사람들에게 책에 있는 지식을 전달해주고 싶어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나 하는 혼자만의 멋쩍은 상상을 해본다. 물론 내 생각이 틀릴 확률이 크긴 하겠지만 말이다.
강화도는 언제부터인가 나의 '케렌시아'가 되었다. 백패킹을 시작하고 제일 먼저 편하게 찾게 된 곳이 강화도 마니산 남쪽에 위치한 '함허동천 캠핑장'이다. 금요일 퇴근하고 강화도 초지대교를 지날 때의 감정은 혼란 속의 세상을 등지고 고요한 자연의 세상으로 빠져들어가는 황홀경을 맛보곤 했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에서 새로운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환상의 체험 같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강화도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런 곳에 특이한 책방이 있다는 것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강화도의 몇 곳을 들러 책방에는 오후 5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인터넷에 나온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좁은 시골길을 몇 번이나 헤매고 나서야 겨우 책방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가 보아온 책방의 위치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위치였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책을 사러 이곳까지 올까? 하는 생각으로 길가에 대충 차를 세우고 대문을 통해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담벼락에 '국자와 주걱'이라는 글자 덕분에 이곳이 책방임을 알 수 있었다. 기와집 안쪽 마당에는 쉴 수 있는 아기자기한 테이블이 놓여있고 안쪽 건물 내 미닫이 문은 닫혀있었다.
벌써 영업이 끝나서 문을 닫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안쪽 문을 노크와 함께 크게 외쳤다. "실례합니다."
몇 차례 외치고 나서 안쪽에서 작은 대답이 들려왔다. " 예, 들어오세요. 저희도 손님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중학생 또래의 딸과 엄마가 책을 읽고 있었다. 아니 주인은 없고 손님만 있는 책방이라니 좀 특이한 경험이었다. 서울의 대형서점을 주로 방문했던 나에게 이곳은 감성이 여러 저기 묻어나는 동네 책방 그 자체였다. 대형서점이 잘 제도된 꽁치 통조림이라면 이곳은 싱싱한 꽁치를 갓 잡아내고 있는 갯바위 같은 느낌이었다.
함께 동행한 친구와 책을 한 권씩 고를 때까지 가게 주인은 나타나질 않았다. 서점 입구 기둥 쪽에는 계좌번호가 쓰여있는 쪽지가 붙어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번호를 찾아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개인 일이 있어서 늦게 귀가하니 천천히 책 보시고 가라는 말이었다. 혹시 구입할 책이 있으면 쪽지에 적혀있는 계좌번호로 책의 정가를 손님이 입금하면 된다고 한다. 생전 처음 겪는 일이다. 어떻게 겪어보지도 않은 손님을 이렇게 신뢰할 수가 있는 것인가. 그냥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느끼게 하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문득 나의 남은 생도 이렇게 여유롭고 아름답게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마당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누가 오던지, 가던지 개의치 않고 늘어져서 자고 있다. 오뉴월 냥이 팔자가 상팔자 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