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우의 하루
지지직… 두둑.
나는 와우를 빼서 바닥에 던져 버렸다.
무자비한, 냉혈한, 몰인정한….
어떤 차가운 단어도 당신에게는 아깝다.
나는 준서가 늘 입에 달고 다니며 고쳤으면 했던 그 말을, 아빠를 향해 날렸다.
“xx, 너도 죽어 버려.”
처음엔 당황하던 아빠의 눈이 금세 벌겋게 섰다. 그리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모습이, 빈손이었지만 마치 그날처럼 손에 은색 스패너를 쥐고 있는 것처럼 겹쳐 보였다.
구름 이도 보았을 저 눈빛.
한 발 물러서고 싶었지만, 그날 구름이가 느꼈을 공포를 떠올리자 피가 솟구쳐 몸이 굳어 버린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아빠는 처음부터 구름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식당이 바빠질수록, 아빠가 비우는 술병은 늘어났다. 장사가 잘될수록 진상 손님도 늘었다. 애써 만든 음식에 출처 모를 머리카락 같은 이물질이라도 나오면, 무조건 고개를 숙여야 했다.
SNS에 악평 하나만 돌아도 작은 가게는 금세 문을 닫는다. 진상 고객들은 그걸 너무 잘 안다. 나약한 인간들은 남의 약점을 잘 파악하고, 그게 악행인지도 모른 채 휘두른다.
그래서 아빠는 구름이 털에 특히 민감했다. 옷에 묻어 음식에 들어가면 어쩌냐며, 몇 번이고 할머니 집에 보내자고 했다.
힘든 날이면 아빠는 술을 마셨다. 그리고 가끔, 구름이를 괴롭혔다.
그 괴롭힘은 ‘참을 수 있는 선’ 안에 있었다.
나는 그래서 참았다.
“웃어 봐.”
입을 옆으로 잡아당기거나, ‘낑낑’ 소리를 낼 때까지 꼬리를 세게 잡아당기며 웃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떼어 놓고 싶었지만, 그렇게라도 구름이를 집에 두고 싶었던 건 내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할머니 집 마당에서 뛰노는 구름이를 상상하면, 마음이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고 하루 만에 눈을 떴을 때, 구름이는 이미 즉사했고 근처 공공시설 화장터에서 화장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구름이의 작은 흔적이라도 찾고 싶어졌다.
하지만 퇴원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구름이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쿠션도, 집도, 장난감도.
엄마는 말했다. 화장할 때 모두 태웠다고.
나에게는 애도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그들이 미웠다.
나는 생각한다. 애도에도 골든타임이 있다고.
그때를 놓치면, 상처는 속으로 끝없이 파고들어 결국 치료할 수 없게 된다. 겉에 딱지가 앉아도, 안은 썩어 간다.
보일러실 수납장은 까치발을 해도 닿지 않았다. 의자를 놓고 올라가야 손이 닿는 곳이었다.
현웅이와 미술 수행평가를 하려고, 어릴 적 사진과 장난감을 찾다가 그 상자를 발견했다.
그리고 뜻밖에, 은색 스패너를.
아직도 검은 피처럼 묻어 있던 그것에, 구름이 이름이 적힌 목걸이가 걸려 있지 않았다면 나는 진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아빠가 그날 취하지 않았다면,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을 것이다.
“네 귀를 빼앗은 개새끼, 내가 혼 좀 냈거든.”
“근데 나를 깨물더라.”
“그렇게 쉽게 나자빠질 줄 알았나….”
그 뒤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와우를 던졌다.
그의 작은 말소리 속에서, 폭행의 기억이 진동처럼 귓속에서 웅웅 울렸다.
끝없이.
이대로 모두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