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시비를 건다
이십만 원을 붙이라 한다
빌려간 돈을 갚으란다
사라지는 엄마의 기억 속
내가 돌려주지 않은 것들을 더듬어본다
책값 한번 부풀려 받기가 어려웠다
찰랑거리던 엄마 돈주머니 속
그만큼 철이 일찍 들었다
어떤 기억이 걸러진 걸까
이십만 원을 갚으라는 전화가 또 온다
알았다고 끊고, 빌린 적 없는 돈을 붙인다
다음 날 또 전화가 온다
빌린 돈 왜 안 갚느냐고
사위를 좋아한다
“야야, 비키라. 니가 뭐 할 줄 안다꼬.”
점심을 먹었다는데도 자꾸 음식을 내온다
관절염에 불편한 다리를 끌며 부엌을 오가는 게 보기 싫다
내가 하겠다는데도 한사코 고집을 피운다
엄마 눈에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못하는 계집아이다
할아버지 산소 이전 문제를 사위와 의논한다
내가 말을 거들자 엄마가 혼을 낸다
남자 일이란다
나를 임신한 엄마는 아들을 몹시나 원했다
내 기억도 걸러진 걸까
나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았다
엄마는 한겨울 창가에 낀 서리 위로
올랐다 사라지는 입김이다
엄마가 자꾸 나를 채무자로 몰아간다
돌려주고 또 주어도 채워지지 않는
그 마음이 또 한 차례 겨울을 지나간다.
기억도 제 살길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