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선택이나 결심이 없어도
하루는 제 갈 길을 간다.
일어날 일들은 미루지 않고 제때 일어난다.
그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최선처럼 보이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애써 나를 설득하지 않는다.
이른 아침, 커피를 내리며 잠시 멈춰 선다.
컵 안에서 설탕이 천천히 녹아드는 모습을 바라본다.
손을 멈추고 보고 있노라면, 오늘이라는 하루도 저 정도의 무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크지도 작지도 않게, 조용히 지나갈 하루.
그래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고, 눈에 띄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나만의 색 한 방울쯤은 이 하루에 섞어야지 싶다.
그것이 말 한마디일 수도 있고, 잠깐의 숨 고르기일 수도 있다.
그래야 내 것 같다.
설탕이 완전히 녹은 커피를 마신다.
흔적은 없지만 맛은 남는다.
오늘도 그렇게, 하루가 내 안에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