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라는 질문은 인류 성장의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물음은 과학과 예술을 움직였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했다.
나 또한 지극히 목적 지향적인 사람이다. '왜 해야 하는가'가 명확해지면, 무서울 만큼 앞만 보고 달려갔다. 마치 엔진 달린 프로펠러가 쉼 없이 돌아가듯, 그 바람은 놀랍도록 차갑고 서늘했다.
그러나 속도를 높일수록 시작이 점점 두려워졌다.
그 질주에서 가장 먼저 상처 입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그래서 출발선 앞에서 망설이는 일이 잦아졌다
요즘 나는 '왜?'라는 질문 대신 '그냥'이라는 말속에서 새로운 안온함을 배우고 있다.
꼭 화가가 되기 위해 그림을 그릴 필요는 없다. 밑그림에 자신의 마음을 담고, 여백에 색을 덧칠하며 그 마음이 차오른다면, 목적 없는 '그냥'은 또 다른 근사한 이유가 된다.
좋아하는 찻잔에 향 좋은 차를 마시며,
초록 잎에 반사된 싱그러운 빛을 바라보고,
새들의 재잘거림에 귀 기울이는 순간들.
그 소박한 충만함을 굳이 '왜'라는 질문으로 가두고 싶지 않다.
때론 이유를 찾아 말로 압축하는 순간, 오히려 가벼워지는 것들도 있다.
삶의 가장 깊은 이유는, 어쩌면 이유 없이 흘러가는 순간들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보내는 그냥의 시간에 자부심을 가져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