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살기 프로젝트 A to Z

Ep. 6 아름다운 한국

by sommeil


북한산 향로봉에 올랐다. 산의 능선이 너무 아름다웠다.

나도 모르게 핸드폰에 손이 가 사진으로 담았다.

이래서 중년 아저씨들이 그렇게 등산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이해가 갔다.




작년 3월 아이들이 할머니집에서 분가를 했다. 나는 이사를 도와주러 한국에 갔다.

살림살이도 사다 주고 집 청소도 해주고 짐 정리까지 하느라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 있었다.

마침 집 건너편에 병풍처럼 펼쳐진 산이 보였다.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북한산이란다.

나는 집을 나서서 지도를 따라 북한산 둘레길 입구까지 가 보았다. 집에서 10-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둘레길은 이정표도 잘 되어 있었고 내려가는 동네까지 친절하게 쓰여 있었다.

오랜만에 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니 너무 상쾌하고 좋았다. 그 뒤로 4번은 더 둘레길에 올랐다.

한 번은 구기동으로, 또 한 번은 홍은동으로 산의 능선을 따라 내려왔다.


순간 예전 대사관 근무 시절 무관 부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미스리, 한국의 저 산들이 너무 이쁘지 않니? very beautiful!"


솔직히 그때는 몰랐었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아름다운지...

내 나이 27살이었고 무관 부인이 괜히 오버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충분히 알겠다. 한국이 얼마나 아름답고 좋은지....




태국은 한국보다 면적도 매우 넓고 자연 자원도 매우 풍부하다.

날씨가 항상 따뜻해서인지 계절이 변화되는 걸 잘 느끼지 못한다.

그냥 좀 매우 덥다. 비가 많이 온다. 좀 덜 덥다 정도...

나는 이런 계절 속에서 태국 방콕에서 29년째 살고 있다.

바다를 보려면 1시간 반 이상을 달려야 파타야 해변을 볼 수 있고 그나마 푸르른 산을 보려면 '카오야이'(태국어로 '큰 산'이란 뜻의 지역명)라는 지역을 차로 2시간 10여분 가야 한다. 그 지역은 말이 산이지 한국의 관악산, 북한산보다 더 높지도 크지도 않은 그런 산이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한국이 4계절이 있고 산, 바다가 모두 있는 아주 축복받은 땅이란 걸 해외에 살면서 더 느끼게 되었다.



나는 한국에 가면 일단 가족들(아이들, 시어머니)을 우선 만나고 친구들, 다른 친척들이나 지인들을 만난다.

특히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사진을 찍고 그 풍경과 그날의 기분을 내 마음과 내 핸드폰 속에 저장한다.

그럼 몇몇 친구들은 굳이 주름지고 나이 든 모습이 싫다고 사진 찍기를 거부한다.

나는 많이 찍고 저장하고 싶은데....


그들에겐 언제나 볼 수 있고 언제나 가 볼 수 있는 곳이지만 나에겐 시간의 한계(방콕에 귀국해야 하는)가 있으니

나는 눈으로 그리고 사진으로 기억하고 소장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순간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아름답다.


친구들이 그랬다. 어디 가고 싶냐고. 모 먹고 싶냐고...

난 그냥 애들 집에서 나와 골목 앞에 서 있기만 해도 좋다고 했고, 그냥 한식, 분식이면 뭐든 좋다고 했다.


친구들은 이런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매번 뜨끈한 날씨 때문에 강한 자외선을 피해서 넓디넓은 백화점으로 출퇴근하는 기분을 그들은 모른다.

볼 게 없어도 할 게 없어도 냉방병이 걸릴 정도의 시원함을 찾아 항상 헤매고 다녀야 하는 것을 그들은 정말 모른다.

그래서 나처럼 태국에서 오래 산 사람일수록 외출도 잘하지 않고 항상 가던 데만 가고, 되도록이면 실내 시설만 이용하게 된다는 것을.... 먼 데도 싫고 그냥 가깝고 시원한 곳만 가게 된다.

어차피 가봐야 지역만 다를 뿐 다 똑같은 백화점이니까....




그나마 12월에서 1월이면 한국이 추워져서 잠시 에어컨을 안 틀어도 되는 선선한 날씨가 되기도 하지만

그냥 시원하게 거리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기간이 그때 잠깐 뿐임을 너무도 잘 알기에

한국에 가면 진짜 창문만 열어 놓고 바깥 공기만 마셔도 너무너무 좋은 걸 다른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으로 한국 가볼 만한 곳을 눈팅하고 내가 가볼 수 없으니 DM으로 아이들에게 공유를 해줄 때면

너희는 좋겠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나이 탓인가?! 요즘 들어 부쩍 한국이 좋아졌다. 아니 좋다.


단순히 한국에서 등산하는 것만 좋은 게 아니고 마트 가서 한글로 쓰여 있는 한국 제품들 보고 구경하고 사는 것도 재밌고 재래시장 가서 구경하고 길거리 음식 사 먹는 것도 좋고 올리브 영에 가서 한국 화장품 구경하고 필요한 것 사는 것도 너무 재밌고 좋다.


태국에서 마트를 가든 백화점을 가든 시장을 가든 한국 물건, 한국 음식을 보면 반가워서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사 먹고 했었는데 여기 한국에서는 그것이 생활이니 얼마나 좋으냐. 부러울 따름이다.





이제 4월 중순이면 "쏭끄란 축제"가 태국에서 열린다. 한국으로 따지면 설날 같은 명절이다.

그때가 가장 덥고 다니기 힘들 때다. 그래서 물축제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시기에 나는 남편과 한국에 간다. 너무도 감사하게...�

다시 한국의 북한산 둘레길을 오를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서울 골목골목을 마구 돌아다닐 것이다.

차갑고 싸늘하지만 상쾌한 한국 봄 공기를 만끽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