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0대 중년의 주부면서 프리랜서 통역사다.
(지금은 브런치 작가로 불리는 게 더 좋은 사람이다.)
나는 해외에서 29년을 살아왔다. 그 중 20년 정도를 통역으로 일해왔다.
그래서 해외에 사는 일반 주부들과는 좀 다른 생활을 해왔다.
집안 살림과 아이들 육아를 비롯한 가정 경제도 해왔지만 내 이름을 가지고 통역으로 활동하면서
아주 가까이서 남자들, MZ들과 함께 일하고 그들과 많은 대화를 해 보았다.
그때마다 느끼는 건 그들과 대화가 참 잘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일할 때 대표분이 여성 CEO인 경우도 있었고 출장자로 나오거나 현지 수행업체 담당자가
여성인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여성들보다는 남성들이나 젊은 MZ 세대와 더 대화가 잘 통했고 같이 일하는 다른 통역사들중에서도
젊은 친구들과 대화가 잘 통하는 편이었다.
왜 그런 걸까?
나는 합리적인 사고와 이성적인 판단을 선호하는 편이다. 감정에 치우쳐서 해야될 일을 못하거나 문제가 생기는
경우 공감보다는 해결책을 찾는 일종의 남성적인 사고를 하는 편인 것 같다. 그래서 애들 학교 학부모 모임이나 애들 친구 엄마들 모임에 나가면 그렇게 시간이 가지 않는다. 딱히 하는 것도 없는데 시간을 그냥 허비하거나 커피 한 잔 마시자는 핑계로 집에 돌아갈 생각들을 안하고 있는 걸 보면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다.
그렇다고 모든 여자들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나도 여잔데 여자들이 합리적이지 않다 말하면 그건 말의 모순인 것이지.
나는 프로 주부들을 누구보다 좋아하고 존경한다.
집안 살림을 잘 챙기고 아이들 케어를 잘하며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 여성들을 보면 웬만한 직장인 여성보다
대단하고 존경스러워 보인다.
직장을 다닌다고 다 일을 잘하지 않는 것처럼 일반 주부라고 모두 프로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되기까지는 여러가지 환경적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나의 친정 엄마는 내가 어릴 적부터 결혼할 때까지 일을 하셔서 일반 다른 가정의 엄마들과는 많이 다르셨다.
어린 시절 학교 준비물이나 비가 올 때 우산을 챙기고 하는 것은 스스로 해야할 몫이었다.
나는 그렇게 자라왔다. 그래서 알아서 자기 할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 편이다.
내가 결혼한 후, 아는 선배 부인이 아이들을 케어한다는 이유로 선배에게 계속적인 경제적 지원을 너무 떳떳하게
요구하는 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그럼 본인이 나가서 돈을 벌던가 선배가 사장도 아닌데 선배 부인이 원하는
수준은 마치 사모님 수준으로 다양한 요구에 선배가 힘들어 하는 걸 본 적도 있었다.
남자들이 밖에서 얼마나 굽신거리며 힘들게 일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수다를 떨고 있으니...
쯧쯧. 그 때 그 선배가 참 불쌍하고 안쓰러워 보였다.
그래서 나는 보통의 평범한 주부들과는 대화가 잘 안되고 일하는 여자들이나 젊은 MZ, 남자들과 대화가 더 잘
통하는 것 같다.
나는 시간 낭비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괜히 카페에 앉아 별 할 얘기도 없는데 대화하는 걸 썩 즐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간도 아깝지만, 너무 소비적이고 비생산적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카페에 가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당히 small talk를 즐기는 건 좋은데 그냥 시간을 오랫동안 죽이는 건 아니라고 본다.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아이들 먹을 간식을 만들거나 취미활동으로 운동이나 요리 등을 배우거나 해서
생산적이고 독립적인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알차고 보람있다고 여긴다.
물론 나도 일한 후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한 사람들과 가볍게 맥주 한 잔 정도 할 수도 있고 그런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다음 날 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거나 나만의 루틴이 깨질 정도로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요즘 MZ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열심히 자기 계발에 투자하는 것 같다. 실제로 일하면서 그런 친구들도 많이 봐왔고 그 시간동안 본인의 자격증을 딴다거나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관계된 공부를 한다는 식으로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 같다. 생각도 혁신적이고 뭐든 합리적으로 판단을 하는 것이 예전 X세대인 우리들과는 많은 차이가 느껴진다. 특히 깜짝 놀랐던 것은 작년 비상 계엄 사태이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MZ세대들이 응원봉을 들고 나와 새로운 집회 문화가 생겼고 K Pop 노래에 맞춰 차세대형 민주주의를 보여준 것이 너무나 멋지고 대단해 보였다.
간혹 기성세대들중에 요즘 MZ들이 버릇이 없고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히려 세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무엇이 더 필요하고 중요한 지를 MZ들은 제대로 인식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고 대화가 안되는 윗 세대와는 아예 소통을 안하려 하지만 실제로 내가 겪은 MZ들은 누구보다 현명하고 똑똑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한편 내가 일하면서 느낀 남자들을 얘기해 보겠다.
남자는 여자와 달리 본인의 위치, 주제를 잘 알고 있다. 일종의 서열을 내심 인정하면서 누군가 어느 방면에서 최고인 사람을 보면 인정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 다른 남자를 시기, 질투하기 보다는 본인의 위치를 잘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편이다. ( 물론 속으로 부러워 하거나 할 수는 있어도 대체적으로 대놓고 언급을 하거나 하지 않고 수긍하는 편이다.)
반면에 여자들은 어떠한가?
(모든 여자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질투심이 많은 일부 여자들을 말한다.)
누가 잘 나가면 끌어내리려 하고 단점을 부각시키려 하고 남자 잘 만나 팔자 바뀌었다 하고 시기와 질투 섞인 말로 시간을 보내는 걸 많이 보았다. 실제로 내 주변만 봐도 학교 다닐 때는 그리 공부도 잘하지 않았는데 시집을 잘 가서 잘 사는 사람도 있고 학교때는 잘 나갔다가 지금은 평범하게 살거나 어렵게 지내는 사람도 있다.
그럼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렇게 잘 사는 친구들은 집안이 좋거나(예전부터 부모님이 경제력, 학력이 좋은 경우)
외모적으로 이쁘거나 사람들과의 대인 관계가 좋은 편인 사람이 많다.
즉 다 잘 사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부모의 좋은 머리, 좋은 환경을 가졌고 그만큼 인격적으로 남편에게 대하는 행동도 사뭇 다른 경우를 보았다.
나도 젊은 시절(40대 이전)에는 그런 게 잘 보이질 않았다.
50대가 되고 보니 꾸준히 성실히 자기 생활 잘 하고 본인 수준에서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은 결실을 맺는 거 같다.
그래서 인생은 모른다고 하나보다.
남들 시기, 질투할 시간에 책 한 자 더 읽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인생은 유한하지만 한 번 사는 인생 남과 비교하지말고 좀 더 생산적으로 멋지게 살 수 있지 않은가.
1살이라도 젊을 때 나의 미래를 위해서 남에게 쏟을 관심을 나에게 보내면 어떨까.
나는 뭔가 배우는 삶을 가진 사람들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항상 배우는 자세가 결국에는 나에게 좋은 결과물로 나타났다.
꾸준히 자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내가 원하는 미래가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