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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모르는 남자의 심리

by sommeil


예전에 나는 친한 아는 지인을 만난 적이 있다.

가족끼리 서로 알고 지내는 스스럼없는 사이였다.

시내에서 남편을 제외하고 그녀와 나 단둘이 만났다.

나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그녀는 결혼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생활하고 있었다.

남편의 수입도 우리보다 좋은 편이라서 남편 차, 본인 차가 좋은 브랜드로 따로 있었다.


그녀는 식당에 들어오자마자 볼멘소리를 하며 앉았다.


" 내가 늦었지? 미안. 신랑이 갑자기 내 차를 갖고

가겠다고 해서 버스 타고 오느라 늦었네.

본인 차 정비 들어가야 한다고 내 차 갖고 출근했어.

어제까지도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차를 가져가네"


그녀는 내게 줄 옷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외국에 사는 내가 오랜만에 한국에 온 걸 알고

한국에서 이쁜 옷이 있길래 생각나서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 짐도 많은데 버스 타고 온 것을 불편해했다.

나는 순간 그녀의 남편 입장이 이해가 되었다.





대다수 남자들은 감정 표현에 솔직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 역시 그랬다.

그녀에 비해 나는 워킹맘에 일도 많이 하고 내 차 또한 없다.

아마 그의 입장에서는 전업주부로만 지내는 아내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였을 것이다.

본인의 능력으로 편안히 지내는 아내가 얄미워 보일

수도 있다.


평소에 아무리 잘해도 그날만은... 왜 괜히 심통 한번

부리고 싶은 날 있지 않은가.

그날이 바로 그날이었다.

그녀는 왜 그런지 전혀 이해 못 하겠다고 말했고

남편에 대한 서운함을 털어내지 못하는 듯했다.





남자들은 그런 심리가 있다.

애들 사교육비, 엄마들 모임 경비 등등의 불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가정주부들의 소비문화를 썩 달갑지 않아 했다.

나는 일하면서 남자들이 그런 류의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대개 맞벌이인 아내에게는 크게 언급하는 게 없고 전업주부인 경우는 그런 언급들을 하는 것을 종종 보았다.




또 한 번은 아는 언니랑 차 한잔을 같이 한 적이 있는데 남편이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이어서

외국인 직원 1명을 두고 일한다고 했다. 그 언니 또한 전업주부였다. 남편이 자기보다 그 직원에게

더 잘 대한다고 속상해하면서 넋두리를 했다.

나는 아마도 일하는 직원이니까 비즈니스적으로 잘

대해줘야 업무도 열심히 할 테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일 거라고 말해줬다.

하지만 언니는 부인인 자기를 더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화가 많이 난 듯 보였다. 난 그냥 쓴웃음을 지었다. 말해줘도 내 말뜻을 이해 못 하는 것 같았다.



이래서 남자들이 종종 여자와 대화가 안 통한다고

하는가 보다.

당연히 가족인 아내가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직원은 남이고 일을 하는 사람이다.

나의 돈을 벌게 하는 사람이면 더 신경 써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평소 부부간에 신뢰가 없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남자들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행동이나 태도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감정을 숨긴다거나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불편할 수

있어서 간접적으로 불만이나 불편함을 행동으로

보일 때가 있는 거 같다.

모든 남자들이 그렇다고 말할 순 없어도 대체적으로

그런 성향이 강한 것 같다.


상대방이 그런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상대방의 이해에 달려 있는 부분도 크지만 남자들이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방식이 그런 행동으로 나타날 때가 많아

보인다.


위에서 말한 언니의 경우도 남편이 직원에게 대하는

태도를 본인과 그녀를 동일시하는 발상 자체가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직원은 언제든지 다른 기회를 찾아 일을 그만둘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만큼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

만약 비즈니스적으로 보면 직원이 회사를 떠나면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를 잘 대해주는 것이

사업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또 직원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면 업무 효율이나 충성도가 높아질 수 있고 회사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일적인 이해도가 낮은 언니를 설득시키기는 어려워 보였다.




아는 지인 중에 전업주부인 또 다른 언니가 있다.

남편은 개인사업을 하고 나름 여유 있게 사는 편이다.

한국에 있을 때 언니는 프리랜서로 미술 관련 일을

했었다. 당시에 수입은 남편보다 많았다.

그래서 본인 하고 싶은 대로 살았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남편에게 거의 맞춰주고 산다. 남편이 막내이고 시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는데도 집에서

제사도 모시고 산다. 남편이 그러길 바란다고 했다.


언니는 외국에 살면서 남편이 그만큼 힘들게 일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 정도는 본인이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했다.

나는 언니를 존경하게 됐고 현명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는 본인이 일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남편을 생각하고 존중하고 있었다.

참 보기 좋은 부부라고 생각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그동안 남편 내지는 남자친구, 남자 동료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면

이러한 남자들의 심리가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


그렇다고 100% 모든 남자들이 이렇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보아온 남자들은 이런 성향이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접했거나 앞으로 접할 기회가

생기면 다른 일로 오해하거나 하지 않길 바란다.


남자들도 티 안나는 집안일과 육아에 지친 아내 혹은 여자 친구에게 일에 매진할 수 있게 내조해 주는 것을

감사히 여겨줬으면 한다.

그들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여자들이 모든

집안 대소사를 신경 쓰고 책임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감사하면 좀 더 편안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모두 좋은 부부, 좋은 연인으로 살아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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