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 토요일 추적추적 비가 제법 내렸다.
딸과 남자친구가 우리를 데리러 망원동으로 왔다.
우리가 한국으로 오기 전 딸은 미리 오늘의 일정을 톡으로 알려줬었다.
주말에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가려하는데 일산 부근의 파주에
DMZ투어가 있다고 구경 후에 모터쇼에 가자고 했다.
우리는 그러자고 했고 일산에서 밥을 먹고 모터쇼를 갔다가 파주를 가는
일정이었다. 임진각(DMZ) 투어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데 곤돌라를 타서
이동하는 것은 딸이 따로 예약을 하지 않아서 우리는 관광버스를 타고 임진각을 보기로 했다.
민간인 출입이 어려운 지역이라 가볼 만하겠다고 생각해서 나름 기대가 되었다.
원래 메인은 모터쇼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
임진각은 일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서 딸이 투어를 잠깐 보려고 예약을 한 거였다.
비는 계속 오고 날씨는 유독 추웠다.
그날따라 스페인어를 쓰는 외국인 가족단위의 그룹과 한국인 그룹이 반반인 상황이었다.
영어를 하는 한국인 가이드분들도 있었고 한국인 손님들이 제법 있어서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님이 한국말로
친절하게 소개도 해 주셨다.
DMZ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군인들이 차를 세우고
신분증 검사부터 했다.
한 명 한 명 일일이 얼굴과 대조해 가면서 10여분 입구에서 정차해 있었고 잠시 뒤에
기사님이 하차 후 1시간 남짓 시간을 주면서 버스로
돌아오라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볼거리가 다양하구나 생각했었다.
처음 간 곳은 제3 땅굴이었다. 땅굴을 보기 전에 먼저
10분 남짓되는 영상을 관람 후 땅굴을 들어가야 했다. 6.25가 나게 된 배경부터 제1,2,3,4 땅굴까지 만들어진 전반적인 역사 영상관람을 해야 땅굴을 들어가게 해 주었다. 영상이 끝나고 나가는 문쪽으로 군인들이 미니어처로 소개된 초소와 땅굴 관련 대형 사진들이 벽에 도배되어 있었고 당시 사용하던 폭발장치 및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실을 나와 길 건너 반대편 건물로 들어가니 제3
땅굴 입구가 보였다.
핸드폰과 가방은 땅굴 입구 앞에 마련된 보관함에 두어야 해서 사진 촬영이 불가했다.
대신 입구 들어가기 전 반대편 벽 쪽에 2개의 헌병
모형과 그 사이 헬멧을 쓰고 사진촬영이 가능한 공간이 있었다. 우리는 구경 후에 찍기로 하고 보관함에 핸드폰과 가방 등 소지품을 넣었다. 입구 앞쪽에는 안전모를 나눠주시는 분이 서 계셔서 안전모를 쓰고 땅굴로 들어갔다.
처음엔 평지로 완만하게 시작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법 걸을만하다 생각했다.
(총길이가 1635m에서 관광객들에게는 265m만 개방이 되었다.)
길은 좁고 바닥은 지하수로 축축했다.
키 큰 사람에게는 고개를 숙이고 걸어야 할 정도로
좁고 낮았다.
100여 미터 정도 갔을까 더 좁고 아래로 경사진 땅굴을 100여 미터 더 걸어가야만 했다.
딸과 남자친구는 서로 손을 잡고 앞서서 걸어갔다.
남편은 좁고 낮은 경사진 땅굴을 보자 기다리겠다고
하고서 걸음을 멈췄다.
그때 나도 남편을 따라 거기서 같이 기다렸어야 했었다.
이미 목적지까지 갔다가 올라오는 외국인들의 얼굴이 핼쑥해 보였다.
젊은 외국 청년이 또래 친구들과 헉헉대며 올라오는
와중에 I'm gonna die 란 말을 언뜻 들었다.
순간 아 이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들어선 지 30여 미터가 지난 후였다.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었다.
혹시나 해서 올라오는 한국 남자분한테 물었다.
" 아직 많이 남았어요? "
“ 한번 가 보세요 "
그는 웃으며 말했다. 결국 땅굴 끝까지 걸어가 도착했다.
막다른 땅굴에서 저 반대쪽이 북한이라는 처절하고
섬찟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그보다도
다시 걸어서 돌아가야 할 길이 더 두려웠다.
아.. 그래서 걸어가는 길 중간중간 앉을 수 있는 간이
의자가 있었구나.
그때 다시 한번 남편의 현명함에 고개가 숙여졌다.
드디어 내리막길에서 오르막길로 바뀌었다.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걷고 또 걷다 보니 남편이 보였다. 옆에 지금은 운행
하지 않는 모노레일이 보였다.
예전엔 평지로 된 땅굴까지는 운행을 했었단다.
아쉽다. 하지만 그건 과거 얘기고...
남편은 옆에 서 있는 한국인 영어 가이드분의 설명을 듣고서 우리에게 설명해 주었다.
사진을 찍든지 말든지 얼른 여기를 빠져나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오르막길로 이뤄진 땅굴이 벽에 설치된 봉을 잡지 않으면 더 힘들게 느껴졌다.
이래서 땅굴 입구에 노약자, 장애인은 입장하지 말라고 쓰여 있었구나.
다음부터는 주변 경고문과 설치된 기구들을 유심히
봐야겠다고 새삼 느꼈다.
드디어 입구가 보이고 30분 이상은 걸은 거 같았다.
이래서 운전기사님이 시간을 오래 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은 헌병 모형이 있는 배경으로 헬멧을 쓰고 기념사진을 찍고 버스에 올랐다.
아, 이제 끝났겠지 하고 생각하던 차에 기사님의
멘트가 들려왔다.
“다음은 도라산전망대로 갑니다.”
아직 안 끝났다.ㅠㅠ
딸은 오늘 메인이던 모터쇼는 내일이 마지막이라고
내일 가자고 했다.
아.. 내일도 강행군이네..ㅠ 그래도 내일은 자동차도 구경하고 평지니까 덜 힘들겠지.
알았다 하고 버스는 도라산전망대로 출발했다.
15분 정도 갔을까 또 내린단다.
무섭다. 이번엔 얼마나 또 걸어야 하는지.
외국인들도 내리라는 기사님 말에 다들 눈이 동그래졌다.
버스에서 하차하니 도라산 전망대까지 오르막길이
펼쳐졌다.
아... 다시 등산 시작.
나이가 지긋한 남미계 외국인 부부 중 아내는 이미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손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그래도 땅굴보다 가깝다.
좀 경사가 가팔라서 그러지.
도착하니 또 영상관이 보인다. 한번 속지 두 번은 안
속는다.
우린 바로 스킵하고 엘베를 타고 2층으로 이동했다.
한쪽의 큰 통유리를 통해 개성공단이 있는 북한이 보였다. 멀리 집들도 보이고 마을도 보였다.
그런데 별 감흥이 없었다.
땅굴에서 이미 에너지를 너무 소진한 나머지 사진 찍고 내려오려는데
또 사진촬영 불가랜다. 우리는 전경을 눈에 가득 담고서 1층으로 다시 내려왔다.
이번에는 내리막길이다. 걸을 만하다.
버스가 보이고 우리는 버스에 올랐다.
이젠 집에 가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코스인
통일촌으로 간다고 기사님의 멘트가 나왔다.
아직 안 끝났다.ㅠ
버스가 정차하고 내리란다. 나는 남편에게 갔다 오라고 말하고 버스에 남았다.
딸, 남자친구, 남편만 내렸다. 잠시 뒤 남편은 파주의
유명한 장단콩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명물이라니 한번 먹어봤다. 맛있다.
한 입 더 먹었다.
통일촌을 마지막으로 관광하고 나오는 길에 또 한 번의 검문이 있었다.
이제 정말 끝났다.
우리 넷은 일정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미나리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미나리 삼겹살.
체력소모가 많아서인지 진짜 진짜 맛있었다.
특히 미나리가 너무 맛나서 삼겹살과 찰떡궁합이었다.
오늘 여정의 마무리는
베리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