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부암동 나들이

(feat. 딸과 남자친구)

by sommeil



9월 14일 일요일, 오늘은 유난히 날씨가 화창했다.

첫째인 딸이 주말이라고 내게 어디 가고 싶냐고 물었다. 나는 방콕에서부터 인스타에 저장해 놓은 지역들을 찾아보았다. 예전에 갔었던 석파정이 생각나서 다시

한번 부암동, 그 동네를 가보고 싶었다.

우리는 부암동을 가기로 하고 버스를 타고 종로구 백석동으로 향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딸의 남자친구도

함께 동행하였다.






'자하손만두'라는 32년 전통의 미쉐린 맛집으로 향했다.

인왕산이 보이는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편안하고

조용한 손만두 전문점이었다.

마치 가정에서 직접 해 먹는 것 같은 조미료 맛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심심하고 담백한 국물의 맛집이었다.

김치도 정갈했고 깔끔한 맛이었다. 우리는 물만두,

빈대떡, 만둣국을 시켜 먹었다.

예상대로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옆 통창을 통해

보이는 인왕산 전경이 한껏 분위기를 살려 주었다.

오후 2시가 가까운 시간인데도 웨이팅 줄이 있고 주말이라 외식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식사가 끝난 후 도보로 5분 거리의 ‘환기 미술관'에

방문했다.

작고하신 고 김환기 화백의 이름을 딴 곳이었다.

김환기 화백(1913~1974)은 1950년대부터 파리,

서울, 뉴욕을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여 온 한국 미술계의 거장이다. '상파울루 비엔날레'의 초청작가로도

활동했으며 돌아가신 해인 1974년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신 유명한 화가이다.


전시관은 총 3곳으로 본관, 별관, 달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서 아쉽게도 눈에 담고

기억하기로 했다.

우리 셋은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아서 전문적인 지식은 없었지만 전시관 안에 있는 많은 작품들과 그가

남긴 편지들, 녹음된 음성, 그의 필체 등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서 마치 그가 곁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배우자인 김향안 여사와의 애틋함,

예술적인 지지와 존경이 작품 곳곳에 적혀있는 문장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나는 미술에 대하여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들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피어났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그 순간까지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은 김환기 화백에게 더할 수 없는 경외심이 들었다. 그의 예술 세계를 전적으로 지지한 김향안 여사의 사랑과 존경은 전시장을 나오면서도 은은한 향기로 기억되었다.



마지막으로 달관을 구경하고 나서 전시된 작품 외에

판매되고 있는 많은 기념품들이 있었다.

딸은 갑자기 김환기 화백의 작품이 그려진 손수건을

건네며 내게 선물해 주었다.

너무나 이쁜 디자인의 손수건이었다. 딸이 선물해 주니 더 감동이었다.





미술관을 나와서 우리는 ZAHA라는 카페에서 커피와 브라우니를 먹으며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한국 와서 만났던 내 친구들 얘기부터 둘째와 막내아들의 얘기까지 소소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

딸의 남자친구는 우리 둘의 이야기를 흐뭇한 듯이 들으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크게 이야기하지 않고

딸과 내가 하는 얘기에 반응하며 웃고 우리는 오랜만에 긴 수다를 떨었다.

카페를 나와 도보 7분 거리에 있는 창의문을 구경한 후 주변에 있는 한옥으로 지어진 공공 도서관인

'청운 문학 도서관'으로 향했다.


작은 정자와 그 뒤로 보이는 액자 같은 폭포가 한눈에 들어왔다. 정자 주변의 연못에는 주황색, 금색, 흰색

얼룩무늬의 비단잉어가 한가로이 헤엄치고 주변에는 초록잎의 나무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뜨거운 햇살의 열기는 시원한 폭포의 맑은 물줄기로

날아가 버렸다.

나와 딸은 정자 앞에서 폭포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었다. 행복했다.

우리는 '청운 문학 도서관' 주변을 천천히 돌아본 후

저녁을 먹으러 광화문으로 이동했다.


저녁 시간이 되니 식당마다 사람이 많았다. 여러 곳을 검색하다가 우리는 '광화문 뚝감'이라는 뚝배기 감자탕으로 유명한 맛집에서 감자탕을 먹었다.

국산 뼈로 만든 진한 국물맛과 뼈에 묻힌 고기가 일품이었다.

고기 양도 많고 푸짐해서 충분히 배부르게 먹었다.

남자친구, 딸, 나 모두 만족스러워했다.

감자탕을 좋아하는 남편이 생각나서 다음 달에 올 남편과 한번 더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점심, 저녁 식사도 매우 훌륭했고 미술관, 창의문, 도서관까지 잔잔하면서도 편안한 시간이었다.

인왕산과 한옥의 정자, 폭포, 연못 그리고 한적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모두 완벽했다.

아주 만족스러웠고 나중에 방콕에 가서도 계속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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