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요가 스튜디오가 없어졌다

by sommeil



한창 요가에 맛 들일 시점 어느 날 카운터에 등록을 마치자 직원이 말했다.

2주 후면 이 지점이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갑자기 웬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하는지 많이 놀랐다.

사실 1달 전부터 태국어와 영어로 라커룸에 공지문이 붙어 있었다.

나는 별 관심 없이 자세히 보질 않았었는데 그게 바로 폐업한다는 공지문이었다.


집에서 걸어서 오고 가깝고 좋았었는데 많이 아쉬웠다.

카운터에 앉은 남자 직원이 이곳이 없어지면서 남은 기간 동안 다른 지점에서 할 수 있게 연계해 주겠다고

했다. 지점의 위치를 보니 가까운 통로 지점과 프럼퐁 지점 두 군데가 있어서 통로 지점으로 가려했으나

그곳은 요가 클래스는 없고 사이클과 필라테스 클래스만 있다고 했다.

(통로는 한국의 청담동 같은 지역이름이고 프럼퐁도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백화점이 많은 시내지역으로

서울의 강남 같은 곳이다.)

결국 나는 프럼퐁 지점으로 옮겨야 했다. 이젠 지상철이라는 BTS(한국의 지하철과 비슷하지만 방콕에는

지상철(BTS)과 지하철(MRT) 노선을 따로 운행하고 있다.)를 타고 4 정거장을 가야 요가 스튜디오로 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동시간이 15-20분 정도만 걸려서 생각보다는 멀지 않았고 프럼퐁역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어

야만 했다. 이제는 요가를 하려면 적어도 1시간 전에는 집에서 나와 지상철을 타고 도보로 이동후 라커룸

에서 옷을 갈아입고 스튜디오로 들어가 자리를 잡아야 했다. 서로 말은 안 했지만 이 지점의 고인 물들이

이미 좋은 자리들은 차지한 터라 좋은 자리에 앉으려면 집에서 더 일찍 나와야 했다.






요가 강사들 리스트도 내가 한 지점과는 달랐다. 같은 강사도 물론 있었지만 더 실력이 좋은 강사들도

많아서 클래스 자체가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클래스에 들어가니 어마어마한 실력자

들이 많았다. 요가 강사만큼 어려운 동작들을 쉽게

따라 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나는 항상 맨 뒷줄에 자리를 차지했다. 대부분 물병을 매트 위에 놓고 나가서 자리를 미리 잡던가 아예 일찍

와서 자리를 잡고 매트에 누워 자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 날은 내가 하는 핫요가 클래스가 없는 날이 있어서 비슷하게 땀을 낼 수 있는 Detox 클래스에 들어갔다. 핫요가와는 비교도 안되게 어려운 동작들이 난무했다.

어찌어찌하여 1시간은 겨우 따라 했지만 다음번에 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하기사 처음에 핫요가도 이렇게 시작을 했지만 결국

조금씩 조금씩 따라 할 수 있는 동작들이 늘어났고

내 실력도 많이 향상되었다.


조금씩 내 자세도 좋아지고 말린 어깨도 펴지고 어깨선도 예전에 비하면 직각으로 떨어져서 하나둘씩

내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제는 요가하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살이 잘 빠지지 않아서 남편에게 속상하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남편은 시간을 두고 꾸준히 하다

보면 몸도 좋아지고 살도 빠질 거라고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다.


가끔씩 몸매가 좋은 젊은 태국 여자가 내 옆에 있으면 왠지 주눅도 들고 앞에 있는 거울에서 몸매도 비교되고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남편의 말을 믿고 일단 꾸준히 운동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어느 순간엔가 내가 하는 요가 클래스가 가장 인기가 많아서 사이클과 필라테스보다 사람이 더 많아졌다.

남자들도 많이 들어오고 체구는 작은데 요가를 아주 잘하는 남자회원들도 많이 생겼다.

잘 가르치는 요가 강사인 경우는 일반 클래스 전에 1:1로 개인 레슨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주로 서양 남자들이나 나이가 있는 태국 부유층 여자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

초심자가 처음 수업에 들어왔을 때 따라 하기는 쉽지만은 않은 클래스 수준이었다.

나는 개인 레슨을 따로 받지는 않았지만 아주 조금씩 몸과 체형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샤워를 하면 예전에는 몸에 독소가 많았는지 상의, 하의가 땀에 완전히 젖기도 하고 땀냄새가 고약했었다.

아마도 디톡스가 되는 과정이었는지 현재는 땀냄새가 나지 않는다. 신기해서 남편에게도 말한 적이 있다.

남편도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았다. 몸의 유연함도

하나둘씩 좋아져서 한 다리를 90도로 들고 서 있는

동작도 예전에는 45도가 겨우 올라갔었는데 이제는

아주 쉽게 90도까지 올라가는 걸 보면서 신기했다.


되는구나.

꾸준함이 결국 해내는구나.

즐거웠다.

재밌고 행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