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을 더 소중히

by 라원

우리 아빠는 삼형제다.


아빠가 첫째고, 둘째 삼촌은 미국에 살고,

막내 삼촌은 중국에도, 하와이에도, 미국에도, 한국에도 사셨다.


막내삼촌께는 나보다 5살 많은 딸이 있었다.


어릴 때 언니 가족이 정말 부러웠다.

어린 마음에 우리 가족과 비교를 했던 것 같다.


아버지는 주말에도 바쁘셨다.

원래는 매 주말 아빠랑 오리배 타러 갔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주말에도 출근하셨다.

원래는 늦어도 9시에는 들어오셨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새벽에 들어오셨다.

항상 재밌는 것들을 하며 언니와 놀아주는 유쾌한 삼촌의 모습과 비교했다.


어머니는 엄격하고 조용하셨다.

아빠의 성향을 많이 닮았던 나는 조심성 없이 장난치고 노는 걸 좋아했다.

엄마는 그럴 때마다 항상 다그치셨다. 나와 성향이 너무 달랐다.

작은엄마는 언니와 정말 허물없이 친구처럼 지내셨고, 나는 두 분의 모습을 비교했다.


그리고 나는 어릴 때부터 가족끼리 다 같이 여행 가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언니네 가족은 매번 다 같이 어디 외국에 가고, 예쁜 사진 찍고, 추억 남기고.

너무 부러웠다. 우리 가족은 제대로 된 가족사진 한 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_


아빠네 삼형제 중 한국에 있는 유일한 사람이 우리 아빠다 보니,

명절에는 우리 가족만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엄마 혼자 음식, 청소, 설거지 다 하고 나면 며칠을 힘들어하셨다.

반면 명절 때마다 삼촌네에서 걸려오는 영상통화에서는 즐거워 보였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차례상도 지내기 싫었다. 우리만 매년 이렇게 하니까.


다 각자만의 짐이 있는 줄도 모르고, 정말 어렸다.


_


난 그러면서 사춘기를 겪었고,

점점 부모님과 멀어졌었다. 일방적으로 멀어진 거다.


내게도 중2병이 예외 없이 찾아왔다.


부모님께는 짜증만 냈다.

해주는 건 생각도 안 하고 뭐 하나 안 해주면 짜증 냈다.

문 쾅 닫고 들어가고,

인사도 안 하고,

레전드 금쪽이 짓도 했다.


"엄마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는데"

라며 개 망언도 했다. (이러고 등짝 씨게 맞았다.)


뭔가를 해주는 게 당연한 건 줄 알았다.

막내삼촌은 다 해주니까. 심술 났던 것 같다.


_


뭐든 영원한 건 없다.

그러나 이 사실을 잊고 사는 사람이 대다수다.

당연한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알지만, 실제로 그러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진짜로 그렇게 되어있을 테니까.


소중한 것들을 더 소중히 여기고,

당연한 것들을 더 감사히 여겨야 한다.

사랑받은 것보다 더 많이 사랑을 나눠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무조건 후회한다.

언젠간 후회한다.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야겠다.


_


이걸 행동으로 옮기고 싶었다.


오늘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나서 우리 네 가족, 아니 단비까지 다섯 가족.

다 같이 집 바로 앞 산책로에서 20분 정도 산책했다.

아빠 품에 안겨서 신난 단비

진짜 너무 행복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해외여행 가서 유명한 건축물 앞에서 사진 찍는 거?

비싸고 유명한 브랜드의 옷을 입는 거?

한 끼에 몇 십만 원 하는 최고급 요리를 먹는 거?


사실 내가 바란 건, 그런 큰 게 아니었다는 걸 느꼈다.



우리 가족 다 같이 별것도 없는 집 앞 산책하는 거,

우리 가족 다 같이 얼굴 마주하고 따뜻한 집밥 먹는 거,

우리 가족 다 같이 과일 깎아 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거.


이런 사소한 일상들이 내가 원하던 거였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일 수도 있지만,

사실 나는 엄청 어릴 때 빼고는 처음이었다.

그때는 기억도 안 나니까.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몰랐다. 내가 큰 걸 원한 게 아니었다는걸.

그냥, 가족끼리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생각해 보니까 사실 이건 지금도 할 수 있는 거였는데.

각자의 삶이 우선이었기에 미뤄왔던 것 같다.

_


그래서, 지금이 바쁘다고 해서 소중한 순간들을 미루지 않기로 했다.

지금이 바빠도, 조금 귀찮고 힘들어도,

시간 내서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나는 왜 행복한 수험생활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