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러닝을 열심히 하는 중이다.
(지난달 처음으로 마일리지 300 찍음!)
그러면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난 다른 질문엔 다 대답해도 이 질문에는 뭐가 맞는 대답인지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터? 그런 게 있나? 사람들이 정의하는 러닝이란 뭐지?
일단 내가 뛰는 거에 재미를 느꼈던 건 바야흐로 9살 때, 피겨를 시작했을 때였다.
피겨 선수들을 생각하면 빙판 위에서 훈련하는 것만 생각할 텐데, 지상훈련도 한다.
(피겨 생각보다 힘듦. 다들 우아하기만 한 줄 아는데 의외로 체력이 꽤 필요한 운동임.)
여하튼 그 지상훈련을 하면 보통 2-4km를 뛰는데,
처음 지상훈련을 했을 때 선수 언니 오빠들을 따라잡고 싶어서 뒷 그룹에서 뛰다가 선두 그룹을 잡았다.
그러면서 내가 잘하니까, 좋아하게 됐던 것 같다.
그 이후로도 보통 집 앞인 수성못을 자주 뛰었다.
한 바퀴에 2km가 조금 안 되는데,
초, 중학생 때도 그냥 혼자 나가서 한 바퀴 뛰고 들어오곤 했다.
그러다 체고를 들어갔고,
핸드볼을 늦게 시작했기에 기술적인 부분으로는 당연히 부족하지만 체력적인 부분은 나름(?) 상타쳤다.
그리고 이런 걸 타인이 알아주니까 더 열심히 뛰어다녔음.
솔직히 말하면 코치선생님께서 뺑이 돌리셔도 꽤 만족하면서 뛰었다...!
그 당시의 용어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1. 400 트랙 팀원 다 들어올 때까지 뛰기
2. 백코스(전력 뛰다가 호루라기 불면 반대방향으로 전력)
3. 인터벌
등등..??
체력 훈련은 진짜 폐 쪼그라들도록 힘든데,
하고 나면 좋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분위기상 좋은 티는 못 내지만.
그리고 체고 자퇴하고 수능 공부 하면서도 조금씩은 뛰었다. 수성못 한 바퀴 정도는 자주 뛰었다
수능 공부하면서도 아침 일찍, 새벽에도 나가서 자주 뛰었다.
수험 생활 하면서 체력이 제일 중요하다는 건 너무 당연한 사실이기도 했고,
평생을 운동하면서 살아온 내게 5 to 22 책상 앞에 앉아있다가 뛰는 건 행복이자 해방이었다.
(독서실까지도 자전거 타고 다니긴 함)
내가 딱히 러닝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훈련을 한 적은 없지만,
이때까지 조금씩 쌓아온 실력이 입시를 하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육서 2차 체력시험에서도 그 당시 여생도들 중에서는 제일 잘 봤고,
입학하고 나서 기초군사훈련 때 보급화 신고 악조건 하에 뛰었을 때도 여자 실버는 나왔다.
뭐 그 덕에 샌드허스트도 나가고, “용”분야 쪽으로도 주목을 받았던 건 사실임!
샌허 훈련도 진짜 힘든데 뛰는 건 좋아했다.
그래서 군뜀도 좋아했음.
왜지? 그냥 힘든 거 좋아했던 거 같다.
내가 잘한다고 느끼면 재밌어서 더 무리하고 그랬기도 하고.
그런데 처음엔 내가 즐기면서 했던 러닝이,
육사에 있으면서 “난 잘 뛰어야 해”라는 강박이 생겼던 것 같고, 뛰는 행위 자체를 예전에 비해 즐기진 못했던 것 같다.
3km는 몇 분 안으로 들어와야 하고,
그걸 위해서는 어떤 훈련을 해야 하고,
등등••
온전히 나를 위해 뛰는 게 아니라,
남에게 비추어질 나를 위해 뛰는 거였다.
그렇게 2년 반을 보냈다.
그리고 퇴교하고 집에 오자마자 했던 건
짐정리도, 부모님께 안부 전화도 다른 뭣도 아닌
한강 러닝이었다.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고, 그냥 성공한 기분이 들었다.
아주 큰 목표를 이룬 그런 기분.
그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뭔가 벅차오른다.
내가 왜 러닝부터 했을까, 왜 그리고 그런 감정을 느꼈을까.
나와서 1년이 지난 지금,
한동안은 또 러닝을 거의 안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러닝도 자연스럽게 혼자 하게 됐는데,
아직까지 잘 뛰어야 된다는 강박이 있었어서 뛴다는 행위 자체를 “의무”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보통 웬만하면 4분대 페이스로 뛰었다.
내 페이스가 4분이 맞아서가 아니라,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왜 내가 뛰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냥 내겐 의무였다.
그리고 이번에 순례길을 가면서,
내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난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왜 굳이 전자를 고집했을까, 깨달았다.
난 정말 뛰는 걸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행복해하며 즐기는 사람이었는데
어떤 프레임 안에 스스로를 가둔 것이 아닌지,
그래서 소중한 순간들을 많이 놓쳤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많은 사람들과 같이 뛰었다. (with 12kg 배낭)
그리고 이제야 그 본질을 찾았다.
건강도, 몸도, 다른 무엇도 아닌
온전한 나의 행복을 위해 뛰는 것.
그게 산티아고에서 깨달은 러닝의 본질이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이런 내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 행복하게 뛰기
-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걸로 받아들이기
그리고 11월에는 내 약속의 대부분이 러닝 약속이었다.
이렇게 좋은 날에 건강하게 놀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고, 이런 나 자신이 좋았다!
이런 긍정적인 관성의 법칙에 올라탄 이상,
여기서 내리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행복해하는 걸 지속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야겠다고 느꼈고,
그걸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볼 생각이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