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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랑 May 14. 2024

이점촉타법

흰지팡이 보행을 지도하며

  시각장애인이 돼서 흰지팡이를 든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다시 고쳐 쓴다는 의미다. 고쳐 쓴다는 것은 장애인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나는 사고나 질병으로 시각장애인이 되어버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행법을 가르치고 있다. 

  흰지팡이 보행은 시각장애인에게 가장 효율적인 보행 방법이다. 흰지팡이는 시각장애인의 안전성 확보, 정보의 습득, 시각장애인의 상징적 역할을 한다. 흰지팡이의 사용법은 엄지손가락은 손잡이의 윗면에 대고, 둘째 손가락은 자루 방향으로 나란히 붙이고 나머지 손가락은 자루 아랫부분을 악수하듯이 쥐면 된다. 흰지팡이가 좌우로 움직일 때는 마치 벽시계의 추가 고정되어 왕복하는 것처럼 팔목을 사용한다. 걸음걸이는 자연스럽게 지팡이와 발은 반대쪽으로 이동한다. 즉, 왼발이 전진할 때 지팡이는 오른쪽으로 나간다. 보행 수업이 시작되면 학생들에게 안대를 착용하도록 지도한다. 불안하고 초초한 학생들에게 흰지팡이로 제자리에 서서 이점촉타법을 연습시킨다. 이점촉타법은 흰지팡이로 지면을 좌우로 터치하는 것을 말한다. 벽에 등을 대고 이점촉타법으로 충분히 지면을 파악하면 학생들은 불안해하지 않는다. 다음 동작으로 제자리걸음을 걸으며 이점촉타법을 실시한다. 내가 박수를 치며 “하나, 둘”, “왼발, 오른발” 구령을 외친다. 연습이 끝나면 점자블록 위에 서서 천천히 앞으로 걷는다. 

  나는 학생들이 이점촉타를 잘하도록 구령을 외치고, 자기 스스로 이끌도록 지도한다. 학생의 촉타 소리를 잘 들으며 소리에 내재되어 있는 학생들의 감정 상태를 공감한다. 또한, 구령은 적재적소에 넣어 내가 학생에 촉타에 공감하고 있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준다. 

 시각장애인에게 보행은 독립적 삶의 기본이고 일상을 주도하며 사는 첫걸음이다. 보행을 할 때 의식 수준이 남들보다 높은 학생들은 자신이 목표로 정한 것을 쉽게 빠르게 이루어 나간다. 

  학교생활에서 일상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른 학생은 의식 수준이 높다. 어떤 학생은 “난 장애인도 아닌데 왜 흰지팡이를 들고 보행하라고 하는 거야. 남들이 보기 부끄럽잖아”라고 하는 학생들은 의식의 한계를 드러낸다. 하지만, 흰지팡이 보행을 잘하는 학생은 “오늘도 보행을 열심히 배워 혼자서도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나중에는 해외여행을 가볼 거야”라고 말한다.

 이런 학생들은 수업을 대하는 태도가 뛰어나 의식 수준도 높다. 이점촉타법을 하는 학생들은 생각하는 학생과 걱정하는 학생으로 나눈다. 생각하는 학생은 안대를 쓰고 흰지팡이로 보행하라고 하면 스스로 해답을 찾는다. 이점촉타법을 하면서 지팡이로 밀거나 긋기로 벗어난 점자유도블록을 스스로 찾는다. 하지만 걱정하는 사람은 “어떻게 안대를 쓰고 과연 혼자서 흰지팡이를 들고 걸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져 시도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생각하는 학생은 자신의 걸음에 맞춰 지팡이의 호의 높이와 너비를 생각하며 휘두른다.

  나는 보행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어떤 미래를 살게 될지 알 수 있다. 안대를 쓰고 할 수 없는 이유를 딛고 일어서 지금 당장 움직이라고 자신에게 명령할 수 있는 학생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이다. 오늘도 우리는 흰지팡이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힘차게 앞으로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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