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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랑 May 28. 2024

구멍가게

새벽 시장에 다녀온 아버지의 오토바이 소리가 동네 아침을 깨웠습니다. 오늘 팔아야 하는 과일, 생선, 채소를 가득 실고 가게 문을 여셨습니다. 가게에 붙은 방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낮잠을 주무셨습니다.  해질 무렵 구멍가게에 찾는 발걸음이 많아지면 자리에서 일어나 저녁 장사를 준비하셨습니다.  


별이 반짝이는 밤에는 가끔씩 외삼촌이 찾아와 소주 한잔에 하루를 위로하셨고, 불그스런 얼굴로 매일 담배 사러 오는 마지막 손님을 기다리셨습니다.  손님을 보내고 널려있는 과일, 생선, 채소를 들여놓고 가게 문을 닫으셨습니다. 나는 뒤에서 아버지를 그렇게 매일 보고 자랐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았습니다. 그것이 아버지라는 것을.  


인생을 돌아보면 반성하게 됩니다. 지금 깨달은 것을 일찍 알았다면 달라졌을까요? 아버지는 아들의 반성이 시작될 즈음에는 세상에 왜 안 계실까요? 추운 겨울, 모두가 일어나기 싫은 아침, 아버지는 동트기 전에 일어나 가게 문을 여십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그 시절 그렇게 살아오셨습니다.


#사랑하는나의아버지

#아버지의뒷모습

#가장의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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