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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랑 May 29. 2024

우리의 가치를 높이는 한국어강사

처음 ‘한국어 강사’라는 직업을 학생들에게 소개하기 시작한 계기가 있었다. 과거 시각장애가 있는 남매가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누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동생은 고등학교과정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어느 날 동생의 손을 잡고 안마 수기법을 지도하던 중 누나의 안부를 물었다. 누나는 잘 지내고 있으며 대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로 ‘한국어 강사’를 한다고 말했다. 처음 듣는 직종인 ‘한국어 강사’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동생을 통해 한국어 강사를 운영하는 기업의 담당자 번호를 물어 연락을 취했다. 팀장님과 연락이 닿은 날, 학생들 취업을 위해 한국어 강사 취업에 직접 도전해 보고 싶은 의사를 전달했다.

실제 취업은 하지 않지만 입사 지원신청서 및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면접과 직무교육까지 다른 장애인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과정에 참여하고 싶은 의사를 전달하였다. 팀장님은 이런 경우가 없었다며 당황했지만, 기업의 내부회의를 거쳐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국어강사 교육과정은 원격수업으로 진행되었다. 단체 채팅방에는 나를 포함해서 8명의 시각장애인 수강생들이 한국어의 특징과 지도법, 외국인을 만나 인사하는 법과 한국어강사에 대한 직무수행과 기기 사용 및 작동법 등을 교육받았다. 호기심과 학생들의 취업처를 찾기 위한 방법으로 시작한 한국어강사 교육이었지만 참여 횟수가 늘어나고 제출할 과제가 쌓이면서 부담스러웠다.

2021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여전히 일상은 멈춘 상태에서 담임을 맡았다. 코로나로 인해 하루 종일 쓰고 있는 마스크는 답답했고 학생들은 시간마다 측정하는 발열 체크에 짜증을 냈다. 일상의 마비는 학생들의 학업에 의지를 떨어뜨리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학생들에게 변화가 필요했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생각대신 ‘한국어 강사 취업에 도전했다. 우리는 함께 지원신청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부정적인 표현은 긍정적인 표현으로 수정하고 부자연스러운 문맥도 고치며 2주 동안 퇴고한 학생들의 지원신청서와 자기소개서를 기업에 제출했다. 안마사가 아닌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수 있겠다는 갈망이 조금씩 성취로 다가오고 있었다. 1차 서류 심사 통과와 면접을 끝낸 다섯 명의 학생 모두 최종 합격했다.

그러나, 최종 한국어강사에 취업했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한국어강사는 중국, 미국, 동남아 등 외국인을 대상으로 비대면 한국어 수업을 하는 직업이다. 한국어 강사 직무수행을 잘할 수 있도록 학생에게 스마트기기를 활용에 대해 가르쳤다.

우리나라 앱과는 달리 중국이나 베트남의 앱은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이 어렵고 음성지원이 잘 되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안정적인 근로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한국어강사 업무에 근로지원인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들을 위해 학교에서 별도의 실을 사용해도 된다는 승인을 받았다. 한국어강사로 첫 월급을 받은 학생들이 모든 학생, 선생님들과 함께 첫 월급의 기쁨을 나누고자 성심당 빵을 제공했다.

2022년에는 고3 학생 3명이 대학합격과 동시에 한국어강사 취업에 성공했다. 대학을 다니면서 경력도 쌓고 월급도 받으면서 학업과 병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어 강사를 하는 학생들은 학업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학생들은 국어시간에 문학작품을 배우면서 단어의 의미와 문맥에 대해 메모하고 영어 시간에는 외국인과 소통을 위해 영어 단어를 외우며 수업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도 가져왔다. 선생님들도 한국어강사 일을 하는 학생들은 수업 참여도와 집중력이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2023년에는 전공과 학생 9명이 한국어강사에 취업했다. 다양한 기업에 취업하여 공부와 일을 병행하고 있다. 쉬는 시간마다 노트북과 스마트 기기로 공부하고 자료와 업무 노하우도 서로 공유하고 있어 학급 분위기도 좋아졌다.

나는 20년간 교직생활을 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의 취업에 안마사 외의 다른 직업에 대한 결핍이 있었다. 이러한 나의 결핍이 한국어강사라는 새로운 직종을 만나 이를 지도하며 충족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어제보다 오늘 1cm씩 성장한다. 변화를 선택하고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찾아가고 있다. 나는 한국어강사를 통해 학생들과 나, 우리 모두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길을 찾은 것 같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