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어떻게" 말하느냐

by 이만희

장애인학교에서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고, 그들의 웃음과 눈물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교사로서 나는 늘 적절한 말을 건네려 애썼지만, 돌이켜보면 내 말이 항상 옳았던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서툰 말 한마디가 아이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똑같은 내용도 말투에 따라 상대에게 전혀 다른 감정으로 전달된다. 특히 앞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말투가 세상과 소통하는 중요한 통로였다. 그들은 목소리의 떨림, 말의 속도, 억양의 높낮이에서 상대의 진심을 읽어냈다.

학교의 신입생 모집 업무를 맡았을 때의 일이었다. 학교 대표번호가 내 자리로 연결되어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다. 대부분은 시각장애 자녀를 둔 부모나 당사자들이었다. 그들에게 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희망이었다. 장애로 인해 좌절감을 느끼는 그들에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알았다.

어느 날 경북 상주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 남성은 자신을 입시학원 영어 강사였다고 소개했다. 갑작스러운 안질환으로 실명한 뒤 집에만 갇혀 지내며 술로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지역 시각장애인협회의 추천으로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었다는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부드럽고 차분한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그의 절망적인 상황에 공감하며 우리 학교가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말에 귀 기울였고, 그의 감정을 이해하려 애썼다. 통화를 마칠 무렵, 그는 아내와 함께 학교를 방문하겠다고 했다.

며칠 뒤, 그와 그의 아내가 학교를 찾았다. 나는 학교와 기숙사를 안내하고 교육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모든 설명을 마치고 직접 내린 커피를 대접했다. 그는 커피를 천천히 음미하며 마셨고, 그의 아내는 가족을 떠나 남편이 멀리서 공부할 것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곳에 오시기로 결심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선생님 목소리에서 평온함이 느껴졌습니다. 그 평온한 선생님이 계신 학교라면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직접 와서 선생님이 내려주신 커피를 마시니, 제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이 듭니다."

그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부드럽고 따뜻하게 말하려 했던 나의 노력이 방 안에 갇혀 있던 한 사람을 깨웠고, 그에게 재활의 용기를 주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좋은 면을 발견하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긍정적인 피드백은 상대에게 큰 동기가 된다. 나는 그 원장님에게 입학이라는 방향을 제시했고, 재활 후 직업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 새로운 삶을 시작할 동기를 부여했다.

학생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그들의 장점과 잠재력이 보인다. 칭찬은 단순히 듣기 좋은 말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칭찬은 상대의 좋은 면을 발견할 수 있는 관찰력에서 시작된다. 그 관찰력은 학생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밑거름이 된다.

나는 입학 상담을 할 때 설명보다 질문을 더 많이 한다. 질문은 자연스럽게 따뜻한 대화 환경을 만든다. 질문을 통해 상대의 감정을 공유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딱딱한 설명 대신 부드러운 질문을 건네는 것이 상담을 더욱 풍성하고 의미 있게 만든다.

결국 모든 문제와 해결은 말투에서 시작된다. 영어 학원 원장님과 통화할 때, 나는 겸손하고 따뜻한 말투로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그의 절망적인 상황에 공감했고, 그의 감정을 이해하려 애썼다. 나의 진심이 담긴 말투는 그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

호감 가는 말투는 기교가 아니라 태도에서 나온다. 상대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말투에 자연스럽게 배어난다. 목소리를 한 톤 낮추고, 말의 속도를 조금 늦추며, 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이런 작은 배려가 모여 따뜻한 말투를 만든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서툰 교사지만, 말의 힘을 믿는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학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말을 건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말투는 단순한 화법의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다. 부드러운 말투로 상대에게 다가가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작은 다리를 놓는다. 그 다리 위로 이해와 공감, 용기와 희망이 오간다.

이제는 그 영어원장님은 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어강사로 일을 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 사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는 날 원장님은 나에게 자신과 가족을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말을 남기고 자신이 살았던 상주로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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