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보다 공감하는 말투의 힘

by 이만희

아침마다 나는 작은 의식을 치른다. 명상을 하고, 일기를 쓰고, 몸을 깨운다. 그리고 출근길 차 안에서 나는 늘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내 말은 누군가에게 어떤 세계를 열어줄 수 있을까. 시각장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지 여러 해가 흘렀다. 처음에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 믿었다. 정확한 발음, 명료한 설명, 체계적인 수업.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실에서 보낸 시간들이 쌓이면서, 나는 조금씩 깨달았다. 학생들이 진짜로 기억하는 것은 내가 전한 지식이 아니라, 그 지식을 전할 때의 말투였다는 것을.

우리 학생들은 세상을 눈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받아들인다. 목소리의 떨림, 말의 속도, 숨소리 사이의 간격. 그들에게 말투는 단순한 표현 방식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의 마음을 읽는 유일한 창이다.

어느 날, 한 학생이 내게 물었다.

"선생님, 오늘 무슨 일 있으셨어요? 목소리가 평소랑 달라요."

나는 깜짝 놀랐다. 분명 평소처럼 밝게 인사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내 말투에 묻어난 미세한 피로를 감지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아무리 밝은 말을 해도,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투는 공허한 울림으로 들릴 뿐이라는 것을. 학생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말의 내용보다 말투에 담긴 진실을.

그날 이후로 나는 말하기 전에 먼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였다. 지금 내 안에 어떤 감정이 있는지, 이 감정이 말투에 어떻게 스며들지. 말투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마음이 차갑다면 아무리 다정한 단어를 골라도 그 차가움이 전해진다. 반대로 진심 어린 마음은 서툰 표현 속에서도 온기로 전달된다.

나는 교실에서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인사를 한다. 그냥 무턱대고 "안녕요"가 아니라 "**야 안녕"라고. 이름을 불러주고 인사를 한다.

한 번은 수업 중에 한 학생이 계속 질문을 이어갔다. 다른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서둘러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말했다. "응, 그렇지. 그럼 이제 다음으로 넘어갈까?" 평범한 문장이었지만, 그 아이는 그 이후로 한동안 질문을 하지 않았다.

며칠 뒤, 나는 그 학생에게 조용히 물었다. 왜 요즘 질문을 안 하느냐고. 아이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했다.

"제 질문이 수업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요."

그 순간 나는 부끄러웠다. 나는 '괜찮다'라고 말했지만, 내 말투는 '서두르자'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의 내용과 말투가 다를 때, 사람들은 언제나 말투를 믿는다. 특히 예민하게 세상을 감지하는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그 이후로 나는 학생의 질문에 응답할 때 의식적으로 속도를 늦춘다. "좋은 질문이야, 민수야. 천천히 생각해 보자." 같은 내용이라도 말투에 여유를 담으면, 아이는 자신이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환영받는 존재임을 느낀다.

교사로 살면서 나는 수없이 많은 말을 한다. 칭찬도 하고, 지적도 하고, 격려도 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기억하는 것은 내가 '무엇을' 말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말했는 가다.

"잘했어"와 "정말 잘했구나"는 다르다. "다시 해봐"와 "천천히 다시 한번 해볼까"는 다르다. 단어는 비슷하지만 말투에 담긴 온도가 다르다. 전자는 평가이고, 후자는 신뢰다.

나는 요즘 하루를 마치고 나면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내 말투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무심코 내뱉은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멍을 만들지는 않았는지. 말투는 의도와 무관하게 상대에게 가닿는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다.

학생들이 교실을 떠난 뒤에도 내 말투는 그들 안에 남는다. 누군가는 내 말투를 닮아 다른 사람에게 따뜻하게 말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누군가는 내 차가운 말투를 기억하며 조심스러워질 것이다. 교사의 말투는 단순한 소통 방식이 아니다. 그것은 학생이 세상을 대하는 방식, 타인을 대하는 태도, 자기 자신을 대하는 마음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침마다 다짐한다. 말하기 전에 먼저 마음을 가다듬자고. 말투에 조급함보다는 여유를, 평가보다는 인정을, 가르침보다는 공감을 담자고. 말투는 내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작지만 가장 큰 선물이다.

오늘 우리들의 말투는 어땠는가. 아이에게, 동료에게, 길에서 마주친 낯선 이에게 건넨 말투는 어떤 온도였는가.

말투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를 대하는 태도이며, 타인을 존중하는 방식이다. 우리들의 따뜻한 말투는 누군가에게 오늘 하루를 견딜 힘이 될 수도 있고, 차가운 말투는 누군가의 용기를 꺾을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말투로 세계를 만든다. 따뜻한 말투는 따뜻한 세계를 만들고, 차가운 말투는 차가운 세계를 만든다. 그리고 그 세계 속에서 우리 모두는 함께 살아간다.

그러니 오늘, 누군가에게 말을 건넬 때 잠시 멈추어 보자. 이 말투가 상대에게 어떤 세계로 가닿을지. 그 작은 성찰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말투는 우리가 주는 가장 작은 선물이지만, 때로는 가장 오래 남는 선물이 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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