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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랑 Jun 10. 2024

책은 오뚝이다

저시력인 사람들은 편의점에서 커피를 구입하는 일도 어렵다.

나는 중심시력은 없고 주변시력으로 사물을 본다.

눈동자는 앞을 보고 있지만 신경은 주변을 주시하고 있다 

이것을 '주변외보기'라고 한다.  

    

무더운 6월의 어느 날 오후였다. 

시원한 커피를 먹고 싶어 집 근처 편의점을 찾았다.

편의점에 들어가려면 손잡이 모양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편의점에 따라 손잡이가 둥근 모양이 있고 세로로 긴 모양이 있다. 

손잡이를 잡아도 한쪽 문만 개방되어 있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들어갈지 선택해야 한다.

손잡이 위에  '고정문'이라고 쓰여 있지만 저시력인들은 그 문구를 볼 수 없다.

편의점 출입문을 확인하고 손잡이를 당겨서 안으로 들어간다.

직원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들어가면서 평소보다 큰 목소리로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대부분의 직원들은 반갑게 인사를 받아준다.

“어서 오세요”

가끔씩 인사를 받아주지 않으면 다시 더 큰 목소리로 인사한다.

인사하는 직원을 통해 계산대 위치도 확인한다.

냉장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냉장고에서 나오는 냉기가 느껴진다. 

커피에는 대부분 빨대가 붙어있어 손으로 찾기가 편하다.

다양한 커피 종류 중에 손으로 만져서 제일 큰 것으로 고른다.

직원이 있는 계산대로 이동한다. 

직원이 계산대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말을 한다.

“이거 얼마예요?”

직원이 계산대에 있으면 대답한다.

“잠시만요”

직원이 계산대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커피를 계산대 위에 놓는다.

지갑에서 카드를 찾는 순간 바코드를 찍은 직원이 한마디 한다.

“이거 원플러스원인데요”

눈이 나쁘다는 것을 처음 본 사람에게 말한다.

“제가 시력이 많이 나빠서요. 같은 걸로 갔다 줄 수 있으세요?”     

직원은 계산대 밖으로 나와 내 커피와 같은 걸로 가지고 온다.

그리고 다시 직원이 말한다.

“앞에 카드기에 카드 넣어주세요.”

다시 나를 내가 말한다.

"저 아까 눈이 나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직원이 미안해하며 말한다.

“아 죄송해요. 제가 할게요.”

편의점에서 낮아진 자존감으로 커피를 들고 나온다.    

 

저시력인들은 어떤 일도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이 약하다. 편의점에서 커피를 하나 사려고 해도 많이 생각하고 감정상태도 복잡하다. 나를 쉽게 드러내지 않아도 커피를 마시고 싶은 욕구를 채우기가 어렵다. 자존감이 낮아진 순간 마음의 샘은 텅 비어있다. 집에 들어와 자존감과 바꾼 커피를 마신다. 마음의 샘을 채우기 위해 책을 읽는다. 중년의 나이에 편의점에서 커피를 하나 사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다시 내 속의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책 일기를 통해 내 안에 오뚝이는 다시 일어선다.


#주변외보기

#자존감회복

#용기가필요해

#오뚝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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