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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랑 Jun 13. 2024

별 헤는 밤

영화 <동주>를 보고

  손 끝에는 윤동주의 시집이 있었다. 한글점자인 초성, 중성, 종성을 순서대로 익혔다. 일반 점자책은 글자 수가 많아 읽기 어려웠다. 학교 도서관에 가서 사서선생님에게 글자 수가 적은 점자책을 추천받았다. 선생님이 건네주신 책은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집이었다. 시집은 지면에 글자도 적고 여백이 많아 손으로 점자를 읽기 편했다. 한 글자, 한 단어, 한 구절을 손으로 읽으면서 점자도 배웠지만 윤동주 시인을 만날 수 있었다. 시인의 만남은 힘든 학교 시절을 견디게 하는 위로였다.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라는 시인의 시 구절을 되뇌었을지언정 그 너머의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동경과, 시와, 어머니는 헤아리지 못했다. 그냥 우리 시대에 시인으로만 알았다.     


  하지만, 소리도서관을 통해 영화 <동주>를 만나고 진정한 시의 의미를 깨달았다. 단순히 문학 소년의 시로만 알았던 「별 헤는 밤」의 시가 형무소 철창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의 별이 시가 된 줄 뒤늦게 알았다.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 일본형사에게 조사받는 장면들에서 배우들의 일본어 대사가 많다고 들어 관람을 포기했었다. 그 이후에도 영화 <동주>는 마음에 항상 봐야 하는 영화 중 하나였다.  


  소리도서관에 영화 <동주>가 등록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보려고 하였지만 후쿠오카형무소에서 고문을 당하고 참혹하게 죽는 모습을 보는 게 두려웠다. 그렇게 미루고 회피했던 영화를 이번 8.15 광복절에 보았다.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시인으로 살아가는 처절한 시인의 삶을 알 수 있었다. 영화를 통해 글자로만 알았던 북간도라는 지명과 그 속에서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었다. 영화 <동주>는 윤동주와 한 집에서 태어나고 살았던 친척이며 친구인 송몽규 간의 우정을 통해 가치관을 형성하고 신념을 지켜가는 모습을 담은 영화다. 


  송몽규는 행동파로 우리나라의 주권을 찾는 방법을 직접 독립군 활동으로 실천했다. 하지만, 윤동주는 ‘시로도 자신의 생각을 펼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영화의 대사처럼 문학의 길을 선택한다. 그는 시를 쓰면서 대중에게 깨달음을 주고 그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힘을 기르게 된다고 믿었다. 지식과 시를 선택한 윤동주는 늘 앞장서는 송몽규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부끄러워했다.


  영화 <동주>에 부끄러움과 관련하여 정지용 시인의 대사가 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부끄러운 것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영화 속의 윤동주와 송몽규는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산 것이 공통점이다. 빼앗긴 주권의 회복과 자신이 살아온 일생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고뇌하고 행동했던 주인공을 보면서 나의 삶도 반성했다.


  장애인으로 살면서 국가가 나에게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만 고민했다. 선진국의 복지 수준과 비교하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의식이 부족한 우리나라를 탓하고 원망만 했다. 영화 <동주>를 통해 장애인의 권리만 주장하기보다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했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권리는 어디서 왔는지 궁금했다.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 동주가 근심 없이 한 번도 싱그럽게 웃는 적 없는 모습에서 질문의 답을 찾았다.


  내가 하는 교직에 사명감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했다. 작은 행동으로 학생들을 변화시키는 삶을 이끌어 가야겠다. 성실한 태도를 실천하고 늘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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