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람은 누구나 모순을 안고 산다. 정직하게 산다는 건 그 모순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회피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 생각과 실천 사이에서 우리는 늘 늦거나 빠르다. 완벽한 선택은 거의 없고, 선택 뒤에는 언제나 실수가 남는다.
어느 순간부터 실수를 자책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실수를 계획하기로 했다. 어떤 어려움을 마주할지, 어떤 지점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는지를 미리 생각해본다. 3년 전의 나에게 편지를 쓰듯 묻는다. 그때 나는 무엇을 고민했어야 했고, 무엇을 붙잡고 있었을까. 시간이 지나면 문제는 작아지지만 질문은 남는다.
삶을 한 그루의 나무로 떠올린다. 뿌리는 내가 태어나고 머문 자리다. 줄기는 나를 지탱해온 성품과 습관이다. 가지에는 아직 이루지 못한 소망들이 매달려 있고, 잎은 내 삶에 긍정의 바람을 불어넣어 준 사람들이다. 열매는 삶이 내게 준 선물이다. 건강, 일상, 무너지지 않은 하루. 나는 이 나무 앞에서 조용히 이름을 적는다.
삶을 위한 삶이 있다. 오늘을 충실히 살아내는 삶이다. 삶을 거스르는 삶도 있다. 본능에 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본능조차 가꾸려는 의지를 포기한 삶이다. 살아낸 삶이 생각을 증명한다.
나는 줄타기 위에 서 있다.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늘 현재의 나를 넘어서는 연습을 한다. 어제의 나를 그대로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지, 그게 내가 생각하는 자기극복이다. 자유란 원하는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단련할 수 있는 힘이다.
그래서 꾸준함을 선택했다. 기록은 반복이 되고, 반복은 나를 설명하는 이야기가 된다. 같은 루틴 속에서도 변화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예전의 나는 하기 싫으면 미뤘지만, 지금의 나는 하루를 반으로 쪼개서라도 해낸다.
근처 공원으로 나가면 하루에 4킬로미터를 걷는다. 공원 한 바퀴가 800미터라서 다섯 바퀴를 돈다. 한 달이면 100킬로미터, 1년이면 1,200킬로미터, 10년이면 지구 반 바퀴에 가까운 2만 킬로미터를 걷는다. 지속하는 사람만이 멀리 간다. 빨리 가면 금방 멈춘다. 그만둔 사람은 끝에 닿지 못한다. 단순하지만 잔인한 사실이다.
꾸준함의 기술은 복잡하지 않다. 매일 하는 것이다. 오늘까지만 하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유를 남겨두는 것. 강박이 아니라 선택으로 반복하는 것. 포기하지 않는다는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오늘의 다음 발을 내딛는 일이다.
나는 오늘도 그 발을 내딛는다. 멀리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