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향성이 나를 데려다주는 곳

by 이만희

사람은 누구나 현실에 머무는 법을 일찍 배운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멈추고, 조금만 만족하면 눕는다. 그러나 안주는 언제나 조용한 우리를 차갑게 만든다. 나는 그 침묵의 온도를 견딜 수가 없었다.

기쁨의 반대는 불행이 아니라 지향성을 잃은 삶이라는 걸 늦게야 알았다. 아무 데도 향하지 않는 하루는 날개를 잃은 새처럼, 끝내 땅에 머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았던 것 같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그 이름 붙지 않은 절망이 얼마나 조용한 무력감을 남기는지 나는 안다.

나에게는 오래전부터 원대한 목표가 있었다. 신춘문예에 등단하고, 책을 써서 세상에 말을 걸고, 강연자로 서서 누군가의 방향을 밝혀주는 사람이 되는 것. 그 꿈은 현실보다 크고, 지금의 나보다 멀리 있지만, 그 거리만큼 진실했다. 나는 믿는 대로 이루어지는 삶을 향해 조용히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도 비슷했다. 공부가 어렵다기보다 목표가 흐릿해서 헤맸다. 지향성이 없는 배움은 불을 잃은 등불 같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묻는다. 너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니?

우리는 평생의 3분의 1을 일터에서 보낸다. 그 시간을 고통으로 견디려면 인생은 너무 길고, 사랑으로 건너기에는 너무 짧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멋진 일을 하는 비결은 재능이 아니라 사랑의 지속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성장하는 사람에게는 유난히 단단한 그릇과 조용한 끈기가 있다. 화려한 성취는 모두 일상의 사소함에서 시작된다. 하루 한 줄 쓰는 습관, 불평 대신 선택하는 책임,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으려는 태도. 그렇게 쌓이는 작은 태도들이 결국 미래의 형태를 결정한다.

원대한 목표가 있는 사람은 그 목표를 훼손하는 것들을 스스로 배제한다. 무의미한 관계, 목적 없는 미루기, 자기 가능성을 갉아먹는 자잘한 유혹들. 지향성은 상황에 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을 새롭게 조직하는 사람을 만든다. 환경이 목표를 돕도록 다시 세우는 것, 그것이 어른의 선택이다.

자기실현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열정과 끈기와 지향성이 하루에 한 뼘씩 쌓여 이루어진다. 계획은 종이가 아니라 삶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 리더가 문제를 집요하게 놓지 않듯, 작가 역시 한 문장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인생은 이렇게 완성된다.

나는 오늘도 나의 방향을 다시 붙잡는다.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서서. 그리고 조용히 믿는다. 지향성이 나를 데려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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