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계획을 만들 때

by 이만희

결핍은 늘 밖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지지 못한 것, 아직 닿지 못한 곳, 남들이 이미 지나온 자리. 나는 그쪽을 바라보며 내 삶에 무언가 빠져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문득, 결핍은 밖에 있지 않았다. 언제나 마음에서 먼저 생겨났다.

먹을 것이 있고, 잠잘 곳이 있으며, 매일 출근할 직장이 있다. 이 세 가지를 손에 쥔 삶에서 무엇을 더 결핍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런데도 불안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혹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은 이유를 찾기 시작했고, 이유를 찾지 못하면 계획을 만들었다.

계획은 불안을 덮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할 일 목록은 늘어났고, 일정은 빽빽해졌다. 그런데 이상했다. 계획이 많아질수록 나는 더 움직이지 못했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한 걸음도 떼지 못한 채 서성거렸다. 건초더미 사이에서 굶어 죽는 당나귀처럼, 나는 스스로 만든 선택의 숲에서 길을 잃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문제는 결핍이 아니라 방향이었다. 무엇을 더 가질 것인가 보다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가 중요했다. 모든 가능성을 붙잡으려는 태도는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태도와 다르지 않았다. 나는 내 인지의 한계를 인정하기로 했다. 모든 것을 잘하려 애쓰는 대신, 지금 이 순간 끌리는 한 방향에 나를 맡기기로 했다.

삶을 단순하게 만들기로 마음먹은 것도 그 무렵이었다. 복잡한 삶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했다. 불필요한 선택 앞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작은 결정들은 과감히 단순화했다. 매주 한 번은 의도적으로 멈췄다. 쉼은 나태가 아니라 삶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였다.

목표를 다시 조정했다. 너무 먼 목표는 의욕을 갉아먹었다. 대신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몰두했다. 성공은 여전히 불확실했지만, 노력만큼은 내가 통제할 수 있었다. 매일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는 일. 그 사소한 반복이 삶을 다시 세우고 있다는 감각이 들었다.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견딜 수 있는 크기로 줄어들었다.

나는 가장 단순한 일들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아침에 걷고, 달리고,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지만, 그 안에는 지루함을 견디는 시간이 있다. 열정은 늘 뜨겁게 타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차분하고 느린 시간 속에서 조금씩 몸에 스며든다. 꾸준함이 취미가 되고, 취미가 삶의 형태가 되는 과정을 나는 매일 경험한다.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널고, 갠다. 몸을 움직이는 단순한 노동은 생각을 현재로 데려온다. 그 순간 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도, 과거에 대한 후회도 잠시 내려놓는다. 하루에 감사한 일 세 가지를 적는 습관은 마음을 붙들어 매는 작은 닻이 되었다. 집중은 감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그렇게 배웠다.

미루는 습관을 더 이상 죄처럼 여기지 않는다. 그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마음의 신호였다. 이상적인 나와 현실의 나 사이 간극이 커질수록 나는 멈췄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일을 마친다. 완벽함을 내려놓자 움직일 여지가 생겼다.

디지털 화면은 늘 나를 유혹했다. 즉각적인 만족은 쉽고 빠르다. 그러나 긴 시간을 요구하는 일들은 조용한 뇌를 필요로 했다. 스트레스와 미루는 습관이 손을 잡는 순간, 그 이면에는 외로움과 공허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쩌면 미루는 습관의 뿌리는 사랑의 결핍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충분히 다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교사로 살아간다. 반복되는 일상과 고된 하루 속에서도 성찰할 수 있는 시간과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결핍은 더 이상 나를 잠식하지 않는다. 삶은 언제나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을 끌어안는 방식은 선택할 수 있다.

길을 떠나면 결국 도달하게 된다는 말을 이제는 믿는다. 더 빛날 날을 꿈꾸며 견뎌온 상처와 고난은 나를 이 자리까지 데려왔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살아간다는 감각이다. 오늘 내가 내린 작은 결정 하나가 내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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