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멀리 보지 않으려 애쓴다. 먼 미래를 그리며 마음을 앞당겨 소모하기보다, 오늘 내 발밑에 놓인 일만 바라본다. 지금 할 수 있는 일, 지금 해야 하는 일, 그리고 지금 하고 싶은 일에만 집중한다. 미루지 않기 위해서다. 미루는 순간, 삶은 나의 손을 떠나 막연한 불안 속으로 흘러가 버린다는 것을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되었다.
삶은 종종 게임처럼 느껴진다. 내가 한 발 내디디면 현실은 그에 맞는 수를 던진다. 중요한 것은 이 게임에서 이기느냐 지느냐가 아니라, 어떤 수를 내가 선택할 수 있느냐에 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용기를 내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일 평온함을 갖는 것. 이 둘을 구분하는 일이야말로 삶에서 가장 어려운 공부다.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타인의 평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이미 지나가 버린 선택들. 대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한다. 오늘 한 페이지라도 책을 읽는 일, 몇 줄이라도 글을 쓰는 일,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는 일, 아이들의 하루를 살피고 가족의 안부를 묻는 일. 그리고 내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기본적인 질서를 지켜내는 일. 이것들은 모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고, 책임질 수 있는 것들이다.
성실하게 일하는 태도 역시 통제 가능한 영역에 속한다. 바람직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반복되는 선택의 결과다. 통제 가능한 일들에 계획을 세우면 해야 할 일이 또렷해진다. 그 또렷함은 막연한 불안을 밀어낸다. 불안은 대개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을 때,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를 때 커진다.
가족 앞에서의 태도 또한 마찬가지다. 성실하고 올바른 태도를 보이겠다는 다짐은 삶을 흐트러뜨리지 않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나는 더 이상 완벽한 가장이 되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책임질 수 있는 가장이 되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정말로 하고 싶은가. 이 질문을 나 자신에게 자주 던진다.
현실로 들어가 직접 경험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생각만으로는 삶이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쪼갠다. 삼십 분간 집중해 일하고, 알람이 울리면 잠시 멈춘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 만큼만 쉰다. 삶은 긴 호흡이지만, 하루는 짧은 호흡으로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는 가면을 벗는 연습을 한다. 비교와 평가 속에 머물수록 불안은 커지고, 내적 동기는 쉽게 무너진다. 사랑받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지 묻기 전에,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옳은가. 이 질문은 나를 흔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다시 중심으로 세우기 위해 필요하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멈춰 서서 남의 시선을 의식할수록 삶은 탁해진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드는 것이 아니라,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성실히 집중하는 일이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내다 보면, 삶은 조금씩 내 손 안으로 돌아온다. 그 조용한 회복의 감각이, 내가 여전히 이 삶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