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교무실 (낮)
조용한 교무실에는 컴퓨터 자판을 치는 소리와 가끔씩 인쇄하는 소리만 들린다. 민식 옆에 있는 입학 상담 전용 전화가 울리고 있다.
민식: 네 안녕하세요? 입학담당 주민식입니다.
양희: 안녕하세요? 저 혹시 학교 입학에 대해 알고 싶어 연락을 드렸습니다.
민식: 네 어떤 점이 궁금하신가요?
양희: 저는 임양희라고 합니다. 복지관에서 학교를 가보라고 추천을 하셔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학교에서는 안마만 배우나요?
민식: 안마, 점자, 보행 및 컴퓨터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양희: 학교라서 그런지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네요.
민식: 맞습니다. 직업교육으로 안마를 가르치지만 시각장애인으로서 살아가는 기술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양희: 다시 학교를 들어가기에는 고민이 많이 되네요.
민식: 당연히 고민도 걱정도 되겠지요. 시각장애인이 돼서 내 방문 문턱을 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중도에 실명해서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양희: 선생님도 시각장애인이세요?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달 동안 고민해 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민식: 오늘이 4월 30일이네요. 제가 한 달 후 연락 드리겠습니다.
민식은 점자달력을 손으로 만지며 5월 30일 날짜에 점자 스티커를 붙인다.
운동장(낮)
장 부장(55세 남)은 점자블록을 밟으며 운동장 옆을 지나가고 있다.
민식: 형님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장 부장: (자연스럽게 민식의 팔을 잡으며) 오후에 수업 있어?
민식: 없어요. 햇빛도 좋은 데 운동장이나 돌까요?
장 부장: 요즘도 입학 문의 한 번씩 오나?
민식: 그럼요. 늘 핸드폰만 붙잡고 살아요. 막상 학교로 오려고 하니까 걱정이 많은 것 같아요.
장 부장: 막상 가족과 떨어지고 고향을 떠나서 낯선 환경에 적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윤선생(40세 여)이 민식과 장 부장 쪽으로 걸어온다.
윤선생: (반갑게 인사하며) 식사들 하셨어요?
민식: 네. 선생님도 하셨지요?
장 부장:(민식을 잡았던 손을 윤선생 팔을 잡는다.)
민식: 형님 금세 윤선생님 쪽으로 옮겨가시네요.
윤선생: 제가 두 분 사이를 떼어놓은 건 아니지요?
윤선생을 가운데에 두고 양쪽으로 민식과 장 부장이 함께 나란히 운동장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