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으로 겨울이 눈으로 내려온 날
보일러에 기름이 없어 빨간 경보등이 들어왔다.
가진 돈은 3만 원뿐이었다
양말, 바지, 잠바를 2개씩 껴입고 이불을 덮었다.
웃풍으로 코끝이 시려 잠에서 깼다.
자취방 옥상에 설치된 주인집 보일러는 쉼 없이 돌아갔다.
등이 차면 엎드렸고, 옆구리가 차면 반대로 누었다.
주인집에서 나는 고기 굽는 냄새가 자취방으로 들어왔다.
귀는 막아도 살지만, 코는 막을 수 없었다.
등 따습고 배부르면 걱정도 없다고 하던데
나는 등이 춥고 배도 고파서 근심했다.
외롭고 추워서 가난을 증오했고 배고프고 서러워서 부모를 원망했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이 밝았다.
염치없이 무턱대고 기름집에 전화를 걸었다.
중년의 여사장님께 3만 원치 기름을 넣어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여사장님은 반 통도 5만 원인데 배달은 어렵다고 하셨다.
결국 눈이 보이지 않아 기름집에는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여사장님이 물어보셨다.
자취하는 학생이냐고 내가 있는 곳의 주소를 물어보셨다.
1시간 정도 지나고 기름차가 도착했다.
기사님이 보일러에 5만 원치 기름을 넣어주셨다.
그리고, 사장님이 3만 원만 받으라고 했다며 3만 원만 받고 기름차는 떠났다.
크리스마스 날 절망의 순간 희망을 선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