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교무실 (아침)
민식은 교무실 문을 열고 자리에 앉아 점자 달력을 손으로 만지며 날짜를 확인한다.
그리고, 핸드폰에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건다.
민식: (반갑게) 안녕하세요. 저 주민식이라고 합니다. 기억하시죠?
양희: (놀라며) 네. 맞습니다. 선생님이 아침부터 웬일이세요?
민식: 한 달 전에 제가 연락드린다고 약속드려서 오늘이 한 달 되는 날이라 전화드렸습니다.
양희: 네. 선생님. 학교일도 바쁘실 텐데 저까지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민식: 아니에요. 다시 학교를 입학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결정이겠어요. 저도 시각장애인으로서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에 두려움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양희: 저희 같은 중도시각장애인을 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괜히 기분이 좋더라고요. 좋은 일이 있나 복권을 사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이렇게 연락을 주셨네요.
민식: 반갑게 맞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양희: (잠시 침묵이 흐르고) 선생님 저 학교 한 번 가볼게요. 갑자기 용기가 나서 한 번 다녀보겠습니다.
민식: 네, 한 번 학교에 놀러 오세요. 제가 맛있는 커피 내려드릴게요.
양희: 저 커피를 좋아하는 데 감사합니다.
민식: 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윤선생이 출근길에 사 온 커피를 들고 옆에서 통화하는 민식을 보고 있다.
윤선생: 주 선생님 커피 드세요.
민식: (놀라며) 아 깜짝이야. 옆에 있는지 몰랐네요.
윤선생: (민식 손에 커피를 쥐어주며) 아침부터 통화를 오래 하시네요?
민식: (기뻐하며)네. 아침부터 영업 중이었습니다.
윤선생: (궁금한 듯) 영업이요?
민식: 한 달 전에 입학상담으로 전화 온 분이 있었거든요. 한 달 후에 연락을 드린다고 하고 오늘이 한 달째 되는 날이라 제가 먼저 연락을 드렸더니 놀라시더라고요.
윤선생은 커피를 마시며 즐겁게 말하고 있는 민식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다.
민식: (점자달력을 가리키며) 점자 달력에 체크를 하고 오늘만 기다렸거든요.
윤선생: 학교일도 바쁠 텐데 꼼꼼하시네요.
민식: (잠시 다른 곳을 쳐다보고) 그런 건 아니고요. 중도에 실명하신 분들에게 저의 진심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다시 학교에 들어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결정인 것을 알기에 저 나름의 응원을 하고 싶었어요.
1교시가 시작하는 종이 울린다.
윤선생: (급하게 교무실을 나가며)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해 주세요. 저 먼저 갈게요.
나가다가 교무실로 들어오는 선생님과 부딪친다.
민식도 수업 준비를 하고 교무실을 나간다.
민식은 복도에서 학생을 만날 때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