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잃더라도 나를 잃지 않겠다.

by 이만희

20여 년을 학교에 근무하면서 보람도 있었지만 상실감이 더 컸다.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으로 인한 상처는 나를 더 이상 나답게 살아가는 것을 멈추게 하였다. 좌절과 분노를 반복하면서 억울한 마음을 풀기에는 나만의 저항이 필요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를 지키면서 저항하는 몸부림은 글쓰기였다. 글을 쓰며 ‘나는 죽지 않고 살아있다’를 외쳤다. 그 와중에 운 좋게 브런치 작가로 등단하게 되었다. 지치고 힘들었지만, 매일 브런치에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브런치에 매일 글을 올리기로 삶을 선택하였더니 일상에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글을 쓰기 위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람들과의 만남을 회피해야 했다. 학교 업무를 병행하면서 틈만 나면 미친 듯이 글을 썼다. 괴로워서 쓰고 외로워서 썼다. 술에 취해 쓰고 잠자다가 깨면 치열하게 글을 썼다. 어둠의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창문을 열고 오후의 햇살처럼 해맑게 웃는다. 가만히 앉아 되돌아보면 마법 같은 시간들이었다. 분노와 상실로 저항의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매일 브런치에서 나와 연결된 많은 작가님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댓글로 보내준 지지와 응원이 나에게는 축복이었다. 또한, 소중한 170여 편의 나의 작품을 남기지도 못했을 것이다. 신은 나에게 비극과 상실을 주었기에 가슴이 원하는 삶으로 나아가게 하였다. 삶은 길을 보여주기 위해 길을 잃게 한다. 이제는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미움을 받더라도 나 자신으로 살아가야겠다. 다른 사람을 잃더라도 이제는 나를 잃지 않겠다. 책을 통해 작가를 만나고 글을 쓰며 가슴에 품은 이야기를 쓰고 있다. 후회되는 이야기는 쓰지 않은 이야기다. 방학이라고 해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다. 아침에 세운 계획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오늘’은 그냥 사라져 버린다. ‘오늘’을 놓치면 다시는 ‘오늘’을 만나지 못한다. 오늘은 오늘일 뿐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맞이하는 이유는 내가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어제 쓴 글을 오늘 브런치에 올리는 순간이 행복하다. 조회수가 늘어나고 ‘라이킷’ 수가 증가하면 세상과 연결되는 기분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죽어서 가슴에 묻히면 안 된다. 살아있을 때 시나 소설, 시나리오 형태로 무조건 많이 써야 한다. 누구는 욕심이라고 하겠지만 시가 쓰고 싶으면 쓰고, 소설을 쓰고 싶으면 쓸 것이다. 에세이를 쓰고 싶으면 쓰고, 드라마 시나리오를 쓰고 싶으면 쓸 것이다. 작품을 남기고 싶은 마음은 없다.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없으니 두려움도 없다. 그냥 쓰면 된다. 다만, 양이 질을 결정한다는 믿음은 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 읽고 쓰는 일이 단순하고 지겹지만 그 과정 자체를 놀이로 즐긴다. 내면에서 빛을 내는 기분으로 쓴다. 재미로 읽고 놀이로 쓰며 나의 이야기를 오늘도 완성해 나간다.


책을 읽으며 내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 마음속으로 깊게 들어오는 문장을 노트북에 필사하고 나만의 문장으로 다시 재창조한다. 수업을 마치고 10분 쉬는 시간에도 노트북을 켜고 가슴에 남는 문장을 적는다. 노트북에 적은 문장들을 가지고 퇴근 후 집에서 나만의 문장으로 재창조한다. 낮에 나무꾼이 산에서 나무를 많이 베어 놓아야 밤에 집에서 땔감으로 밥을 지어먹듯이 나 역시 많은 문장을 모아 놓아야 한다. 책을 읽으며 문장을 수집하고 다시 문장을 재창조하는 일은 일상을 살아갈 나에게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가치 있는 일이다. 영혼을 뒤흔드는 문장이 내 심장에 닿으면 첫사랑의 떨림을 느낀다. 그 떨림은 나에게 주는 위로이며 선물이다. 노트북에 읽고 쓰는 과정에 몰입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틈틈이 시간이 되는대로 빈 교실에서 책을 읽으며 문장을 수집한다. 퇴근을 하고 내 방에서는 노트북에 수집한 문장을 다시 음미하며 사색한다. 하루동안 문장을 수집했던 공간들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곳이었다. 읽고 쓰는 일이 살아있는 동안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거친 파도를 바다가 잠재우듯이 삶에서 느끼는 고통과 두려움도 문장을 읽고 쓰며 잠재울 수 있었다. 노트북을 켜면 마음에 평온이 찾아오고 진심으로 나만 생각하게 된다.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일상을 되돌아보게 되고, 익숙함에서 새로움을 발견한다. 노트북을 켜면 삶이 아름다워지고 고민에 답을 찾아간다. 노트북에 손가락을 올리면 욕심을 버리고 겸손함 마음을 가지게 된다. 나를 찾는 동안 오래도록 깨어있게 되고, 작가로서 초심을 잃지 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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