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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했던 나의 여름방학

에세이

by 이만희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근처 공원으로 나가 산책했다. 산책을 하며 음악과 세바시 강연 및 소리책도 들었다. 이마에 땀이 맺히면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혼자 달리기 하는 젊은 사람들, 이야기꽃을 피우며 걷는 중년의 여자들, 인생의 여유를 즐기며 천천히 걷는 노년의 부부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여유 있는 아침 시간을 보내고 집에 들어와 하루 일과를 계획한다. 수첩에 해야 할 일들을 기록하고 당장 해야 하는 일을 포스트잇에 써서 책상에 붙인다. 아침 일기를 쓰고 어제 쓴 글을 브런치에 올린다.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에 ‘라이킷’을 누르고 관심 가는 작가님에게 ‘구독’도 누른다.


자기 계발을 위해 원격으로 연수도 듣고 어제 쓴 글을 퇴고한다. 잠시 소파에 누워서 쉬었다가 아침밥을 먹고 나온 설거지를 한다. 딸에게 점심 식사를 챙겨주고 유명한 시인들의 시를 필사한다. 시를 필사하다가 영감이나 시상이 떠오르면 시도 써 본다. 2~3시간 정도 지나 어깨와 허리가 뻐근해지면 근력운동을 하러 헬스장에 간다. 간단하게 근력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퇴근한 아내의 저녁식사 준비를 돕는다. 저녁 식사를 하고 드라마 대본을 필사하거나 주요 인물의 행동과 사건을 기록한다.

4주간의 여름방학을 오늘처럼 보내려고 나에게 엄격했다. 매일 글을 읽고 쓰기 위해서는 삶을 단순하게 정리 정돈하고 필력을 갖추어야 했다. 브런치를 통해 세상에 공개되는 나의 글이 부끄럽지 않도록 작가로서 자존심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작가의 재산은 독서라는 말이 있듯이 나의 재산도 독서였다.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세상에는 공짜는 없다. 엄격했던 나의 여름방학이 이제 끝났다. 조금은 성숙해진 마음으로 가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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