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 엄마의 이사
73세 우리 엄마는 엄청 똑똑하시다.
아빠는 선비처럼 뒷짐 지고 관람하시고,
엄마가 집안의 모든 일을 다 결정하고 진두지휘 하셨다.
전라도 화순 시골에서 자라면서도
서울깍쟁이들보다 더 새침하고 똘똘했던 울 엄마는
아직도 TV속의 정치인. 연예인들 이름도 다 외우고
딸들 결혼기념일 손주들 생일 때도 놓치지 않고
축하 카톡과 문자를 보낼 정도이다.
아빠와 대학병원 갈 때도
엄마가 다 알아서 피 뽑고, 사진 찍고, 결재도 다 하신다.
이번 아파트 재개발 때도 분담금, 원금 상환, 이자입금,
나는 하나도 모르는 일을 척척 해결하고 다니신다.
근데 입주를 앞두고 아파트 사전점검을 하는데
앱을 깔고 사진 찍어 전송하고 모두 핸드폰으로 해야 하는 거다.
새로 이사 갈 집에 들여놓을 물건들도
다 인터넷 보고 예약하고 다녀오고 해야 하니.
엄마가 갑자기 병이 난다.
엄마가 주눅이 든다.
딸들이 해주는 일들에 미안해하고
당신이 하지 못하는 것에 적잖이 당황하면서
당혹스럽게 미안하다고 하신다.
한참을 계약하고. 계산하고. 전화하고 일정을 맞추는데
"그래서 얼마 주면 돼?" 다섯 번 쨰 물어볼 때
내가 버럭
"똑같은 걸 몇 번을 물어봐?" 했다.
여동생이 대뜸
"언니는 하던 거나 해 내가 말해 줄게"하고 고마운 편을 든다.
엄마가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하면서 속상해하신다.
이~그 이 못난이 ㅜㅜ
못난 내 모습을 반성하며
엄마를 위로한다.
엄마 무슨 소리야
우리 중에 엄마가 제일 부자야
자이 더 헤리티지 이잖아.
엄마가 제일 훌륭하고 제일 똑똑해!
엄마가 최고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