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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경 Jun 19. 2021

무지개 수업

우리는 모두 아티스트

첫 수업은 언제나 무지개로 시작합니다.     

“우리 동심으로 돌아가서 놀아 볼까요?”     

긴장하고 있던 아이들 표정이 밝아집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슬라이드를 띄웁니다.     

어원은 ‘물로 만들어진 문’입니다.     

영어로는 ‘신들의 심부름꾼’이라고 합니다.     

성서에는 ‘구원의 약속 증표’이고요     

성소수자의 표식이기도 합니다.     

동양에서는 ‘상서로운 현상’ 서양에서는 ‘행운’의 상징입니다.     

몇몇 아이들이 갸웃거리며 “네 잎 클로버~?” 하다가     

빛의 아치라는 말이 나오니 여기저기서     

“아~ 무지개 요~~~!”합니다.             


“아치가 아닌 무지개도 있을까요?”     

아이들은 살짝 당황합니다.     

세상 곳곳의 특이한 무지개를 보여줍니다.

감탄하는 아이도 있고 의심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자연현상의 사진이 증거이니 모두를 믿습니다.     

고정관념을 깨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이제 아이들을 물리에서 심리로     

현실에서 상상으로 이끌고 싶습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산 정상에 쪼그리고 앉아 무지개 똥을     

힘주어 배설하고 있는 안창홍 화가의 자화상을 보여줍니다.     

칼처럼 그린 휴지를 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화가가 똥을 무지개색으로 표현한 이유는 뭘까요?      

아이들은 제각각 생각에 빠졌습니다.     

창조의 고통은 세상의 거름이 된다는     

화가의 생각에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이들은 빨리 그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에 어디에 무지개 색을 넣을 수 있을까요?”    

“자 이제 나만의 무지개를 그려볼까요?”     

        

책상 위 7가지의 색이 출렁이기 시작합니다.      

제각각의 개성이 담긴 무지개들이 하나둘 탄생합니다.     

돌다 보면 나도 모르게 와~ 와~ 감탄사가 나옵니다.     

      

커다란 쉼표 안에 무지개색을 넣는 아이 쉼을 아는 아이입니다.     

손 잡은 친구 몸을 무지개색을 칠한 아이는 행복을 아는 아이입니다.     

태풍 치는 날 부서지지 않은 바람개비를 그린 아이 희망을 아는 아이입니다.      

시간에 무지개 색을 넣은 아이는 추억의 소중함을 압니다.     

자신의 눈 속에 무지개를 넣은 아이 아름다움을 아는 아이입니다.     

좋아하는 강아지를 무지개색으로 그린 아이는 사랑을 아는 아이입니다.      

눈물방울에 무지개 색을 넣는 아이 슬픔의 가치를 아는 아이입니다.    

무지개색을 섞어 검게 칠하는 아이는 보이지 않는 면을 아는 아이입니다.     

무지개색 무와 지게를 그린 아이는 유머를 아는 아이입니다.      

       



작품을 붙이고 싶은 곳 어디든 붙이라고 합니다.     

하나하나 제목을 읽어 주며 이야기 나눕니다.      

감탄사도 나오고 박수가 나오기도 합니다.     

모두 다르고 모두 같음을 배웁니다.   

     

마지막으로 그림 속의 형식적 아름다움 찾아보기 합니다.     

그럼 그림은 어떻게 하면 더 보기가 좋아질까요?     

모양이나 색이 비슷하여 통일된 느낌이 나는 작품은?     

서로 반대되거나 크기나 색이 강조되는 것은?     

비례미나 균형 대비, 리듬이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요?

           

요리의 재료와 레시피가 음식의 맛을 좌우하듯  

조형 요소와 조형 원리가 아름다움을 만듭니다.      

조형 요소인 형태와 색을 어떤 위치, 방향, 크기로 그리는 가에 따라      

화면의 시각적 효과가 일어나는 것을 설명합니다.

누구나 조형 원리를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눈, 코, 입, 손, 거리의 건물 등에     

빨, 노, 파 색점을 찍은 유명 화가의 그림을 보여줍니다.  

“여러분 작품과 너무 비슷하지요~?”          

아이들 눈이 반짝입니다.     

     

우리는 모두 아티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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