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랑

by 유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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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가던 길을 돌려서 다시 나를 보러 왔다.


내가 밥을 먹는 동안 기다린다고 했다.

내가 떠나는 그녀의 차를

한동안 바라보던 모습이 계속 생각났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를 다시 만났다.


이틀 동안 같이 있었지만

우린 자주 다퉜고 그녀는 울었다.

그냥 뭔가 그런 이틀이었다.


내 마음도 전과 같지 않았던 걸까.

그걸 그녀는 안 걸까.

나를 붙잡고 싶었나

아니면 내가 그녀를 붙잡고 싶었나.

아니면 그저 내가 보고 싶었나.


알 수 없는 마음들. 그러나 오늘은 1월 1일이었다.

새해 첫날 우린 정말 한 시간 남짓한 데이트를 했다

홈플러스를 가서 이런저런 싼 옷들을 보며

기분 좋아하고 그녀는 모자를 샀다


새해 첫날이었다.

그녀는 다시 차를 타고 떠났다.

나는 다시 떠나는 그녀의 차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번엔 전화가 와서 왜 안 들어가냐고 물었다.

나는 담배를 사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그녀는 갔다.

잦은 다툼 속에서 우리가 멀어진 걸까 생각했지만

익숙한 우리의 순간 속

새해와도 같은 익숙하지 않은 순간들이

우리가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2023년을 다시 돌아보면

난 뭔가 이룬 것 없이 헤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가 이룬 것이 있다면 그건 사랑일 것이다.


사랑, 그거면 난 됐다.



(2024년 1월1일 쓰여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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