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돈이 깡패

파트 2. 그럼에도 나는 철학자였다.

by 무연

<챕터 5. 생각이 많았기에 살아 숨 쉴 수 있었다>


살아야 했다. 그게 이유였고, 명분이었고, 숙제였다. 그냥 버텨야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려면, 살아 있어야 했으니까.

그런데 살아 있다는 건 단순히 숨 쉬는 게 아니었다. 단지 하루 세끼 먹고, 몸이 멀쩡한 것만으로는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생각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만큼 괴로울 때도,
마음이 푹 꺼지는 날에도,
나는 생각하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지?” “나라는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도대체 이 삶에 의미는 있는 걸까?”

그 질문들이 나를 괴롭혔고,
또 그 질문들 덕분에 나는 살아 있었다.

나는 철학자가 아니었다.
어디서 학위를 받은 것도,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은 적도 없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생각하는 인간’이었다.
그리고 생각은 내 생존의 형태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생각이 많다’고 말했다.
그건 칭찬이 아니라 핀잔이었다.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니까 더 힘든 거야.” “그냥 좀 단순하게 살아봐.”

그 말들이 나를 한동안 아프게 했다.
내가 틀린 건가? 내가 이상한 건가?
단순하게 사는 법을 몰라서 더 고통스러운 걸까?

그런데 한참 후에야 알게 됐다. 나는 생각이 많아서 더 힘든 게 아니라, 그 생각을 받아줄 공간이 없어서 힘들었던 거다.

사람들은 빠르게 묻고, 빠르게 잊고, 빠르게 돌아선다. 하지만 나는 천천히 묻고, 오래 기억하고, 쉽게 잊지 못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말로는 다 담지 못할 것들을 문장으로 남겼다. 그리고 그 문장 안에서만큼은 내 생각이 ‘병’이 아니라 ‘의미’가 되었다.

나에겐 철학이 필요했다.
그건 고상한 사유의 대상이 아니라,
정신줄을 붙잡기 위한 생존도구였다.

생각이 많았기에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절망 속에서도 질문을 던졌기에, 나는 나를 붙잡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사는 게 뭐 그렇게 복잡해.”

나는 그 말에 이렇게 대답한다. “사는 게 복잡해서, 나는 이렇게라도 버티고 있어.", "복잡하게 사는 게 내가 원하는 인생인 거야."

생각은 나를 구했다.
생각은 나에게 유일한 숨구멍이었고,
아무도 모르게 헐떡이던 나를 붙들어준 유일한 친구였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오늘도 숨 쉬기 위해. 내일도, 살아 있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는,
내 생각들이 누군가의 숨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일요일 연재
이전 05화세상은 돈이 깡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