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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스트 레지나 Aug 09. 2024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

제키와 달이

모전리에  눈내리는  아침 (한국화, 김홍표) -내가 우주와 달이랑 산책하는 것을 남편이 그려준 것.

애완견, 애완동물이란 말이 언제부터인가 반려견, 반려동물로 바뀌었다. 바야흐로 반려견 100만 시대다. 반려견이란 단어가 더 친숙한 것은  가족처럼 소통하며 죽을 때까지 함께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일 것이다. 

울엄마는 개를 키우는 것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늘 메리, 독구, 쫑이란 개의 이름들이 스쳐 지나간다. 백구면 메리, 황구면 독구 그리고 발바리면 쫑이란 이름이 붙여졌던 것은 울엄마만의 규칙이었던 것 같다.  몇살 때인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어느날 독구가 개장수에게 팔려가는 날, 난 너무 슬퍼서 다락방에서 울다가 잠든 기억이 있다. 집에서 개를 키우다가, 무슨 이유였는지 모르지만 (그땐 그랬다) 갑자기 팔려가고 또 새로운 강아지가 들어오고...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했을 때, 마당에는  늘 10 여 마리의 개들이 있었다. 학원설립 기념으로 읍내 5일장에 나가  강아지 두마리를 사왔다. 발바리 종의 진순이와 진돌이, 그 사에에서 강아지가 생기고 또... 페디와 퐁고, 누렁이와 럭키 ,흰둥이 그리고 봉구와 쭈구리까지는 마당에서 키우던 개들이다.  돈을 주고 사온 강아지는 진순이와 진돌이 뿐이고, 그 이후부터는 이래저래 개들이 모여들게 되었다. 우리집에 들어오게 된 사연들도 다양하고 품종도 다르지만 다들 사이좋게 지냈다. 울남편은 아마도 전생에 개였을 듯,  어느새 남편은 개아빠가 되어갔고,  예방 접종 등 아는 질병들은 주사약, 가루약 사다가 집에서 치료해 주었다. 그 이후로 실내에서 키우던 개들이...어디 보자 ...제키, 통키, 초키,미키, 루키, 달이 그리고 우주.. 그 중에 이제 먼저 제키와 달이 얘기를 해보려한다.


제키는 지인으로부터 생일선물로 받은 요크셔테리어와 미니핀 믹스종이었다.성격이 온순하고 애교가 많았던 제키는 우리가 한 달에 한 번씩 전남 함평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를 뵈러 갈 때 마다 동행하곤 했다.  중학생이된 딸이 집을 떠나 원주에서 자취할 때는 함께 동거하며 딸의 외로움을 달래주었다. 여주에 있는 황학산, 마감산 그리고 이천의 설봉산까지 제키는 우리의 등산 동반견이었다. 새끼를 다섯마리 낳아서 정성스레 키우는 엄마이기도 했다. 이런게 인연인거겠지.. 제키는 태어난지 40일 만에 우리 에게로 와서 17년8개월을 우리와 동고동락하다가 2018년 2월 동계올림픽 기간 중에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 설명절이라 아이들 다 왔다 가고 청소한 후,  저녁을  빨리 먹고 쇼트트랙 결승전 보자고했는데, 갑자기 남편이 조용히 말했다. "제키 갔다." 

두 달 정도 미음으로 연명하면서 시각 청각 다잃고 뱅글뱅글 돌며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곤하더니 마침내 숨을 거두었다. 자는듯이 갔다.  설날이라 내려온 딸, 아들 다 보고, 우리가 뒷 정리 다 하는 것 까지 기다렸다가 ... 남편이 뒷처리를 다하고  미리 마련해 둔 관에 안장했다. 소식듣고 달려온 아들이 간식 몇개를 관 속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텃밭에 묻어 주었다.  한 때 큰 개에게 물려 수술받고, 자궁축농증으로 자궁적출 수술받은 적은 있지만 나름 꽤나 건강하게 잘 지내던 제키였다. 거의 18년 동안 우리가족의 모든 희로애락을 함께 했으니 가족이 아니고 무엇이랴. 반려견이란 단어보다 그냥 가족이 어울리는 제키였다. "제키야~우리 가족으로 와줘서 고마웠어.너가 있어서 우리 가족 모두 행복했다!!!"



2012년도 겨울, 달이와의 동거가 시작된 날. 오른쪽이 제키, 왼쪽은 달이

달이는 말티즈 순종이다. 지인이 사정상 키우기 어렵게 되자 입양을 제안했다. 우리가 아침에 출근하고 나면 하루종일 혼자있는 제키가 안스러워  달이를 데려오게 된 것이다. 유럽 어느 나라에서는 반려견을 두마리 이상 키우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있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은 것 같다. 혼자보다는 둘이 낫지.  아무리 개라도. 제키와 달이의 동거는 순조로웠다.  



스튜디오에서 찍은 가족사진에도 좌달이 우제키!!! 사진사가 제키와 달이땜에 애를 먹었다. 제키가 앞에 보면 달이가 딴데 보고, 달이가 앞에 보면 제키가 딴데 보고 ...엄칭 오래랫동안 찍은 수백 장 컷 속에 건진 사진이다. 


달이의 트레이드 마크, 진한 핑크빛 혀!!!

딸의 대학시절에 자취방에서 동거하던 달이~ 달이의 변신은 무죄!!! 미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양한 모습이 나온다 ㅋㅋ

제키가 떠난 자리를 이제 우주가 채워주고 있다. 

달이와 우주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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