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음악에 빠진 날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을 보고
어제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김선욱의 피아노 연주를 보고 와서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이 계속 떠나지 않아 밤늦게까지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듣고, 그의 가곡을 들었다. 오늘도 온종일 슈베르트의 음악에 빠져 있다.
음악회에 가면 온 힘을 다해 연주를 마친 연주자에게 미안하지만, 청중들은 앙코르 곡을 듣고 싶어 한다. 어제 김선욱은 3곡이나 앙코르 연주했는데
참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마지막 곡이 가곡 <음악에게>(안 디 무지크)였다.
나는 슈베르트의 곡에 폭 빠졌다. 소나타는 말할 것도 없지만 앙코르로 연주해 준 마지막 곡은 계속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슈베르트 음악의 키워드를 슬픔이라고 한다. 그는 슬픔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맞서 싸워 이겨낼 힘도 없었다. 그의 연약한 모습은 현실을 사는 우리와 많이 닮았다. 그의 음악의 키워드가 슬픔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슈베르트의 작품들에는 봄을 기다리는 듯한 희망이 늘 도사리고 있다.
슈베르트(1797-1828)는 서른둘에 세상을 떠났는데 800곡에 달하는 많은 곡을 작곡했다. 그중에는 650곡이 넘는 가곡과 교향곡, 관현악곡, 피아노곡등이 있다.
어제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연주한곡은
하이든 작 <피아노 소나타 Eb장조, Hob. XVI:49>
슈만 작 <다비드 동맹 무곡집, Op.6>
슈베르트 작 <피아노 소나타 Bb장조, D.960>
이었다.
이 작품을 연주한 후 그는 청중을 위해
앙코르로 3곡을 더 연주했다.
앙코르곡은 브람스의 <3개의 인터메조 Op,117 1곡>
브람스의 <3개의 인터메조 Op, 117 제2곡>
슈베르트의 <음악에게 >였다.
앙코르 마지막곡을 듣는데 내 옆 좌석 어딘가에서 누군가 그 노래를 아주 작게 따라 부르고 있었다.
가곡 <음악에게>의 가사는 친구 프란츠 폰 쇼버의 시다. 슈베르트가 20세에 작곡한 이 가곡은 슈베르트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음악에게 (An die Musik)
1. 그대 사랑스러운 예술이여
내가 인생의 거친수레바퀴에
얽매인 수많은 잿빛 시간에
그대는 나의 마음을 따뜻한
사랑으로 불 피워주었고
나를 더 좋은 세상으로 데려다주었다오,
더 좋은 세상으로 데려다주었다오!
2. 그대의 하프로부터 탄식이 흘러나오곤 하여,
그대의 달콤하고 신성한 화음이
내게 더 좋은 시간이라는 천국을 열어주었으니
그대 사랑스러운 예술이여,
이를 감사하오,
그대 사랑스러운 예술이여, 감사하오.
힘든 시간을 버티도록 힘을 주고 더 좋은 세상으로 인도해 준 '음악'이라는 존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이 노래는 음악을 사랑하는 모두의 마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