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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의 자랑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

by 권민정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

(요한일서 2장 16절)



요즈음은 요한일서를 묵상하고 있다. 요한일서는 사도요한이 쓴 편지이다. 사도요한은 성경 중 요한복음과 요한 1,2,3서 즉 3개의 편지와 성경 중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을 쓴 예수님의 제자이다. 예수님 12 제자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제자였고 예수님이 가장 사랑했던 제자였기에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어머니 마리아를 요한에게 부탁하셨다. 요한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평생 잘 모셨다. 요한은 90 세 넘게 장수했는데 제자 중 유일하게 순교하지 않고 자연사하신 분이다. 그는 초반에는 출세주의적인 면모를 보였지만 말년에는 사랑의 사도로 불릴 정도로 사랑을 많이 강조한 사도였다.


오늘 말씀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참 갈등하게 만드는 말씀 중의 하나이다. 젊어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이 말씀에 부딪혀서 고민을 참으로 많이 했다.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 내가 비전이라고 하고 꿈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 아닐까 하는 문제였다. 성경 주석을 보면 육신의 정욕은 인간의 부패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모든 죄악적인 욕망, 일반적으로 향락을 일컫는다고 했고 안목의 정욕은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한 욕망, 탐욕의 정욕을 말한다. 이생의 자랑은 현재의 소유를 뽐내고 과시하는 허영심, 가진 것과 행한 것을 자랑하고 뽐내는 공명심 같은 것을 말한다.


성경은 말씀하신다.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치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속에 있지 아니하다고 하셨다.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도 문제였지만 이생의 자랑에서 더 크게 걸렸다. 내가 애쓰고 노력해서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 결국 이생의 자랑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1978년에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그때는 석사학위만 있어도 대학에서 시간 강사를 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아주 가까이 있는 경기도 소재 한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몇 년 동안 힘겹게 했다. 시간 강사는 전임이 되는 것이 꿈이다. 그 꿈이 이루어져서 전임 발령이 났다. 그런데 육아가 문제였다. 시댁도 친정도 육아를 도울 형편이 아니었고 아이들은 자꾸 문제가 생겼다. 육아가 오로지 엄마의 책임일 때였다. 좋은 어린이집도 없었다.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내가 의지하고 조언을 많이 받던 믿음 좋은 한 권사님께 의논을 했다. 그때 그 권사님에게 들은 성경 말씀이 바로 오늘의 말씀이다. 내가 대학교수가 되려고 하는 것이 이생의 자랑이라는 것이다.


참 고민을 많이 했다. 100일 동안 아침 금식을 하며 주님의 뜻을 찾으려고 애썼다. 대학교수가 되려고 하는 것이 정말 세상적인 나의 욕심, 허영심 때문일까 하는 문제였다.


벌써 30년도 훨씬 전쯤에 있었던 일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때 기도하며 결정한 나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 아이는 건강하게 장성했다. 그러나 나에게 조언했던 그 권사님에게는 조금 섭섭한 마음이다. 수년 후 당신 딸이 시간 강사를 몇 년 했는데 대학 전임이 되기를 너무나 소망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그렇게 단칼에 이생의 자랑이라고 말했는데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 먹은 것은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 때문이다. 세상에서 살면서 세상의 것을 멀리 할 수는 없어도 결코 하나님보다 더 사랑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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