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구원받는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
(고린도후서 2장 15절)
향기, 냄새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다.
"선생님 냄새가 참 좋아요."
아이들은 내 스커트 자락에 얼굴을 파묻고 그렇게 말하곤 했다.
50년 전이다. 대학을 졸업한 1975년, 나는 바로 대학원에 입학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사회복지학으로 박사학위를 따신 분이 4학년 때 교수로 오셨다. 미국의 명문 컬럼비아 대학에서 사회복지정책으로 박사 학위를 받으신 선생님의 강의는 너무나 놀라웠다. 지금까지 다른 교수님들에서 받아보지 못한 혁신적인 것이었다. 나는 그 교수님에게 더 배우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을 했다. 1학기 중간 무렵, 과 조교를 하는 친구에게서 청계천 활빈교회 어린이집 교사를 구한다는 말을 들었다. 청계천 활빈교회는 4학년 때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었다. 대학 신문에 청계천 활빈교회 뉴스가 특집으로 실렸다. 수만 명이 사는 판자촌에 교회를 세워 지역을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교수님 수업 시간에 그 판잣촌의 지역개발에 대해 리포트를 쓰게 되었다. 그 리포트를 쓰기 위해 가 본 청계천 판자촌은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다. 큰길에서는 보이지도 않던 판잣집들이 청계천을 따라 끝도 없이 이어져 있는 것이다. 그곳에서 어린이집 교사를 구한다는 말을 듣고 나는 그곳 어린이집 교사가 되고 싶었고, 교사가 되었다. 나의 첫 직장인 셈이다.
아버지가 부산에서 본사로 전근이 되면서 대학 4학년 때 우리 집은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다. 나는 1학년때부터 3년 간 기숙사생활을 하다 4학년 때부터는 집에서 다니게 되었다. 우리 집은 서울의 서쪽 끝이었다. 청계천 판자촌은 버스를 타고 1시간은 걸렸다. 버스에서 내려 어린이집이 있는 동네로 들어서면 벌써 냄새가 좋지 않았다. 그때 청계천 물은 거의 썩어 있어서 여름에는 특히 악취가 심했다.
아이들은 나에게 안기길 좋아했다. 나는 지금은 바지를 잘 입는데 그때는 거의 치마를 입었던 듯싶다. 스커트 자락에 얼굴을 푹 파묻고 "냄새가 참 좋아요" 했던 아이들. 4살부터 7살까지 20여 명의 아이들. 그 아이들을 잊지 못한다.
청계천 판잣집에 대한 철거가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흩어졌고 나는 지역조사를 담당하는 직원이 되어 청계천 판자촌이 철거되는 그 현장을 보게 되었다.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내가 현장에서 체험한 그대로이다.
나는 그때의 이야기를 <그해 여름>이라는 제목으로 수필을 썼다. 2004년 그 수필로 초회 추천을 받았다.
오늘 말씀은 믿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다. 그리스도인이라 하면서 악취를 풍기는 그리스도인도 많다. 그러나 스스로는 자신의 냄새를 잘 알지 못한다. 어쩌면 자신이 풍기는 냄새가 향기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너는 그리스의 향기라
너는 그리스도의 편지라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
너를 통해 생명이 흘러가리
너를 통해 생명이 흘러가리"
매주 우리교회에서 예배 시간에 부르는 찬양이다.
50년 전 아이들이 냄새가 좋다며 가까이 왔듯이, 믿는 사람에게든 믿지 않는 사람에게든 예수님을 본받아 향기를 풍기는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