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작은 호수프롤로그 -반딧불이가 보고 싶어
새 소리에 눈을 떴다.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벌써 훤하다. 집 바로 앞에 있는 호수에서는 청둥오리 수 십 마리가 물위를 미끄러지듯이 아침 산책을 즐기고 있다.
어젯밤, 잔디밭과 호수 주변 숲에서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가 불을 밝히는 것을 보았다.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어둑어둑 해질 무렵, 잔디 위 여기저기서 작은 불빛들이 올라 왔다 사라지더니 어느 순간 호숫가 풀숲에서 무리지어 반짝거렸다.
‘맞다. 크리스마스트리.'
미국에 살고 있는 딸이
“엄마, 여름에 우리 집에 꼭 놀러 오셔야 해요. 집 앞 호숫가에 반딧불이가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여요.”
라고 했던 바로 그 광경이었다. 밤이 깊어지자 활동이 약해지며 숫자가 줄었다. 딸은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작은 도시에 살고 있다. 이번 여름휴가 여행을 같이 가자는 권유에 여행도 하고 반딧불이도 보고 싶어 미국에 왔다.
1. 23박 24일의 긴 여행의 시작
23박 24일의 긴 여행의 시작일이다. 로키산맥 일대, 미국과 캐나다 국립공원 여러 곳을 찾아가는 일정이다. 8인승 벤에 짐차를 뒤에 매달고 남편과 나, 사위와 딸, 2살 손녀, 6살 손자와 3대가 함께 하는 여행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딸은 벌써 김밥을 싸고 있다. 아침을 김밥으로 먹고 점심도 김밥을 먹을 거라고 한다. 2주, 3주씩 장기간 여행을 많이 다닌 딸아이는 여행 다니며 외식은 거의 하지 않고 주방 있는 호텔에서 해 먹는다며 밑반찬과 먹을거리를 아이스박스와 짐차에 가득 실었다. 음식 하는 것이 엄마 눈에 힘들게 보여도 자기는 항상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 않으니 그냥 봐 달라며, 엄마는 여행만 즐기라고 한다. 미국에 몇 년 사는 동안 딸은 말할 수 없이 억척이 되어 있다. 한국에서 여행할 때 음식을 사 먹고 간편하게 다니던 나는 그 많은 짐을 보니 벌써 질린다.
아이오와주와 사우스타코다주 경계에 있는 수폴스에 도착했다. 계속 옥수수와 콩 밭의 연속이었고 대평원이 이어졌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지평선을 원 없이 보았다. 여긴 수우족을 포함하여 인디언 9부족 7만 명의 인디언이 살고 있다고 한다. 수우족은 스스로를 다코타, 라코타라고 한다. 아이오와도 인디언 부족의 이름이다. 영화 ‘늑대와 춤을’배경이 된 지역도 보았다. 북미인디언을 생각하면 마음이 씁쓸해진다. <동물기>의 저자 시튼은 인디언들과 교류하며 관찰하여 <인디언, 영혼의 노래>라는 책을 썼는데 인디언이야말로 가장 영적이고 이타적인 사회성을 갖춘 종족이라고 했다. 그 넓은 땅의 주인이었던 그들이 이제는 소수만 살아남아 아주 가난하게 살고 있다.
와이오밍주 데빌스타워(Devils Tower) 캠핑그라운드에 밤 10시 경에 도착했다. 데빌스타워는 미국 최초의 천연기념물이다. 통나무집(cabin)의 테라스에 돗자리를 깔고 드러누워 하늘의 별을 본다. 어제 배드랜드 국립공원에서 본 은하수는 없지만 밤하늘 가득한 별빛이 가슴으로 흐른다. 이번 여행은 정말 꿈에 그리던 일들을 경험한다. 별이 쏟아지는 곳에 드러누워 하늘의 별을 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그 소원을 이루고 있다. 별을 보며 알퐁스 도데의 별을 생각했다.
캐빈 바로 옆에 데빌스타워가 있다. 스틸버그 감독이 영화 ‘미지와의 조우’를 찍었던 곳이다. 인디언들이 힐링을 했던 신성한 산, 용암이 쏟아져 흘러내리며 그대로 굳어져서 마치 종처럼 생긴 바위산이다. 그 형태가 너무 특이해서 외계인과 만나기 적당한 비현실적인 장소인 것 같다.
데빌스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