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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정 Nov 01. 2023

준이네 동네 애꾸눈 고양이(동수필)

          

  초등학교 2학년 준이네 집은 산 밑에 있습니다. 아침이면 새소리 들리고, 그 소리에 잠에서 깰 때도 많습니다. 준이 엄마는 새소리나 시냇물 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며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엄마를 닮은 준이도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입니다. 언젠가 TV에서 바짝 마른 북극곰이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내려와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북극의 얼음이 녹아 물속에서 먹이를 구하지 못하니까 그렇다고 했습니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아껴야 하고 어린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전기를 잘 끄는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 후 준이는 방에서 나올 때는 꼭 전기를 끕니다.


   준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도 산 바로 아래에 있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시끄러워서 들리지 않지만 조용한 공부시간에는 뻐꾸기 소리가 들립니다. “뻐꾹뻐꾹” 소리가 들리면 선생님 말씀을 열심히 듣고 공부에 집중하던 준이도 새소리에 마음이 더 빼앗깁니다. 뻐꾸기 소리를 들으니 친척할아버지가 했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요즘은 뻐꾸기 소리를 통 들을 수 없어 서운했는데 어느 날 뻐꾸기 소리가 들리는 거야. 어찌나 반갑던지 가까이 가보니 밥이 다 됐다고 밥솥에서 나는 소리였어.” 준이는 할아버지께 뻐꾸기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비 오는 날은 뻐꾸기 소리가 슬프게 들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더 슬픈 소리도 있습니다. 식구들이 둘러앉아 저녁밥을 먹고 있으면 산 쪽에서 “소쩍소쩍”하고 소쩍새 소리가 들립니다. ‘소쩍새가 진짜 배가 고파서 울고 있는 것일까?’ 시어머니에게 구박을 받던 며느리가 배고파서 굶어 죽었는데 소쩍새가 되어 솥이 적다고 ‘솥적 솥적’ 우는 거라고 언젠가 할머니가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이 슬픈 이야기를 생각하면 혼자만 배불리 먹고 있는 것이 미안합니다.


  준이네 동네에는 길고양이 몇 마리가 있습니다. 어느 날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형제들과 싸우거나 밥을 많이 먹겠다고 우는 소리가 아닌 듯했습니다. 어디가 심하게 아파서 고통을 이기지 못해 우는 소리 같았습니다. 밤에 들리던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는 다음 날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준이는 엄마와 함께 고양이 있는 곳으로 가 보았습니다. 아기고양이 세 마리가 있는데 항상 형제에게 밥을 빼앗겨 몸이 조그맣던 아기고양이 한 마리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 한쪽이 이상했습니다. 피가 엉겨 붙어있고 눈을 잘 뜨지 못했습니다. 분명히 눈을 다친 것 같았습니다. 아기고양이는 밤새 눈이  아파서 울었던 것입니다.


  “병원에 데리고 가봐야겠다.”


  엄마가 아기고양이를 안으려고 하자 고양이는 도망을 가 버렸습니다. 고양이를 놓쳐버린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 난감해했습니다. 그때 준이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고양이 엄마를 모셔와야겠다’ 아랫동에 사는 고양이엄마가 생각난 것입니다. 고양이 엄마는 고양이 밥과 물을 챙겨주는 아줌마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욕을 먹기도 하지만 지난겨울 수십 년 만에 온 추위에도 길고양이들이 살아남은 것은 고양이엄마 덕분입니다.


  “나비야, 나비야”


  고양이엄마가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며 소리치자 고양이들이 여기저기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눈을 다친 아기고양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홍아, 홍아”


  아줌마가 부르는 소리에 아기고양이가 드디어 나타났습니다. 아줌마는 고양이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었고 눈을 다친 아기고양이 이름이 홍이 인 모양입니다. 아줌마가 홍이를 안고 엄마, 준이가 같이 동물병원에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아기고양이가 다쳐 무척 아팠을 거라며 눈 한쪽이 실명될 거라고 하셨습니다. 수술을 해도 소용이 없다며 응급치료하고 통증만 없애는 진통제 주사를 놓아주셨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아파하던 고양이가 주사 한방으로 고통이 없어졌는지 울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이 일을 무척 신기해하시며 준이에게 놀라운 일을 했다며 칭찬하셨습니다.


  “우리 준이가 고양이 울음소리를 잘 들었듯이, 학대받으며 우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밝은 귀가 엄마에게 있다면 정말 좋겠다. 그래서 그 아이들을 고통에서 구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숨 쉬며 말했습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아기고양이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준이는 아기고양이를 잊어버렸습니다.


  몇 달이 지났습니다. 어느 날 애꾸눈 고양이가 산 올라가는 입구에서 밥을 먹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애꾸눈이 아니었다면 몸집이 커진 고양이 홍이를 몰라볼 뻔했습니다. 그 애꾸눈 고양이가 다른 형제들이 밥을 뺏어먹지 못하도록 한 발을 밥통에 걸친 채 당당하게 서서 밥을 먹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은 아기 때 몸집이 컸던 다른 형제가 하던 모습이었습니다. 이제는 애꾸눈 고양이 홍이가 대장이 된 것 같았고 그 당당한 모습이 마치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준이는 고통 속에서 잘 이겨 내어 살아남은 홍이가 대장이 되어 무척 기뻤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그 모습은 밥통을 혼자 차지하고 다른 고양이가 오지 못하도록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준이는 홍이가 욕심쟁이 대장이 되면 어쩌나 염려도 되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며 준이는 생각했습니다. ‘애꾸눈 고양이는 어린 시절 고생을 많이 했으니 고통받는 다른 고양이를 도우며, 연약한 고양이를 지켜주는 착한 대장이 되지 않을까. 꼭 그렇게 되면 좋겠다.’


  “꽃과 새가 노래하고 동물들과 어울려 햇살 가득 받으며 미소 짓는 우리들/ 약한 사람 볼 때는 지나치지 않아요 먼저 손을 내밀면 모두 행복해져요”


  준이는 제일 좋아하는 노래 <내가 바라는 세상>을 즐겁게 부르며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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